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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살기 힘들다” … 한나라에 등 돌린 2040 목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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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박성우
사회부문 기자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20~40대가 무소속 박원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2007년 대선 때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50%에 달하는 표를 몰아줬던 이들의 마음이 왜 변한 것일까. 본지 기자들이 세대별 인터뷰에 나서면서 품은 의문이었다. 그 결과는 “살기 힘들다”는 것으로 모아졌다. 너나없이 열심히 노력하는데도 괜찮은 일자리를 찾을 수가 없고(20대), 아이를 키우며 전셋집 구하기가 힘들다(30대)고 했다. 자녀를 학원과 대학에 보내면서 노후를 준비하는 과정(40대)이 너무 고되고 팍팍하다고 했다.

 2040세대가 ‘변심’한 것은 오른쪽(보수)에서 왼쪽(진보)으로 이념적 지향성이 달라졌기 때문이 아니었다. 경제 안정만큼은 이뤄줄 것으로 기대했던 이명박 정부가 서민경제 돌보기에 소홀했던 게 주된 원인이란 사실은 인터뷰 과정에서 거듭 확인됐다. 기자들과 만난 이들은 특정 진영(陣營)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표를 던졌다고 말하지 않았다. 한결같이 일반 시민의 일상생활을 책임져줄 ‘생활정치’를 갈망하고 있었다. “박원순씨가 민주당 후보로 나왔으면 절대 찍지 않았을 것”이라는 한 시민의 말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선거가 끝난 뒤 야당과 일부 좌파 인사가 보이고 있는 모습은 편 가르기 대신 생활정치를 하라는 2040의 여망과 동떨어진 것이다. 한 매체는 “보수 언론이 ‘복지 결사반대’의 깃발을 들고 사사건건 트집을 잡지 않았느냐”며 사실을 왜곡하며 선동에 나섰다. 민주당 등 야권은 노무현 정부 때 체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원안에 이미 포함돼 있고 다른 투자협정에도 들어 있는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를 ‘독소 조항’이라며 몸싸움 준비에 여념이 없다.

 한나라당은 더 가관이다. 홍준표 대표는 최근 “당명 개정과 함께 당풍 쇄신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꼼수’에 불과하다. 당 이름을 바꾸면 새로 거듭난 당인 줄 알고 지지라도 해줄 거라 믿는 것인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소홀했다며 SNS 전문가를 영입하겠다는 발상이나 트위터를 한답시고 같은 당 의원끼리 트위터상에서 ‘비방전’을 벌이는 것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2040세대는 말했다. “정책의 우선순위를 분명하게 제시하라. 말로만 서민을 위한다고 하지 말고 몸으로, 실천으로 보여달라.” 여당과 야당이 이 목소리를 새겨듣지 않는다면 다음 선거에서도 또다시 외면당할 것이다.

박성우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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