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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vs 성남 ‘신분당선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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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염태영 수원시장(左), 이재명 성남시장(右)

경기도 내 1, 2위 도시인 수원시(인구 110만 명)와 성남시(98만 명)가 신분당선 연장구간(정자역~광교신도시)의 미금역 설치 여부를 놓고 대립하고 있다. 게다가 두 도시를 이끄는 민주당 출신 시장들의 기싸움도 만만치 않다. 김지완 수원시 교통안전국장은 31일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국토해양부가 계획을 바꿔 신분당선 연장구간에 미금역을 설치하기로 한 것은 수원시와 광교신도시 입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한 것”이라며 “제3의 기관이 ‘타당성 평가’를 다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또 “성남시가 발주한 ‘미금역 타당성 보고서’를 자체 검증한 결과 이용객 수를 부풀리고 사업비를 축소해 경제성을 확보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성남시가 한국교통연구원에 의뢰한 보고서를 근거로 국토부가 미금역 설치를 결정한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수원시는 이번 결정에 정치적 입김이 들어간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미금역이 설치되는 곳은 분당을(乙) 지역으로 임태희 대통령실장의 전 지역구다. 또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지난 4월 분당을 보궐선거에 출마하면서 미금역 설치를 공약했었다.

 염태영(51) 수원시장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토부와 성남시는 미금역 설치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원 광교신도시 주민들은 미금역 건설로 신분당선의 운행 시간이 늦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광교신도시 입주민총연합회 조병모 회장은 “입주민들이 신분당선 연장구간 사업비의 29%인 4519억원을 부담한 만큼 부담금 반환소송 등을 하고 청와대 앞 1인 시위 등을 통해 미금역 설치를 막겠다”고 말했다.

 반면 성남시는 미금역 설치로 분당 주민은 물론 버스 노선이 지나는 분당·용인·광주 지역 주민들도 혜택을 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재명(47) 성남시장은 “일부에서 미금역이 추가로 만들어지면 신분당선 운행 시간이 늦어진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1분 미만에 불과하다”며 “조만간 미금역을 건설하기 위한 설계 용역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은 지난 5월 말 미금역을 만들지 않으면 신분당선 중 성남시를 지나는 구간의 공사를 허가하지 않겠다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정영진·유길용 기자

◆신분당선 연장구간=지난달 29일 개통한 신분당선(강남역~정자역)을 수원 광교신도시까지 연장하는 노선. 정자역에서 광교신도시까지 12.8㎞ 구간으로 2016년 2월 개통 예정이다. 지난해 7월 착공했고 총사업비는 1조5343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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