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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궁금해요, NEAT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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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모의평가에서 수험자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중앙포토]

경기도 일산에 사는 고유미(40·여)씨는 요즘 중학교 1학년 자녀 때문에 뒤늦게 영어 고민을 하고 있다. 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한 터라 나름 자녀의 영어교육에 자신 있었는데 NEAT라는 생소한 시험이 등장해 불안하기만 하다. 게다가 2016학년도 수능 외국어(영어) 영역에 대체될 수 있고, 당장 내년부터 수시에 활용된다고 하는데 정보가 없어 답답하다. 고씨와 같은 고민에 빠진 학부모들이 적지 않다. 말하기와 쓰기 평가까지 한다니 걱정이다. 하지만 교육과학기술부 영어교육정책과 오석환 과장은 “그동안 우리나라는 10년 동안 영어를 배우고도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벙어리 영어교육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며 “실용영어와 기초학술영어로 특성화된 NEAT를 통해 학생들의 수준과 필요에 따른 적정한 영어교육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정현 기자

일부 대학 2013학년도 수시에 시범 활용

2008년 12월 교과부는 2012년부터 읽기·듣기뿐 아니라 말하기·쓰기 평가가 이뤄지는 NEAT의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응시자의 필요와 진로에 맞게 실용영어와 기초학술영어로 구분해 학생들의 실질적인 영어 의사소통 능력을 키우기 위해 도입됐다. 오 과장은 “듣기와 읽기 문제 풀이에 초점이 맞춰진 현행 수능 영어 평가 방식을 바꾸지 않고서는 우리나라 학생들의 영어표현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학교 교육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수능 외국어(영어)영역 대체 여부는 내년 하반기에 결정키로 했다. 결정이 되면 3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이르더라도 현재 중2가 고3이 되는 2015년(2016학년도) 대학 입시부터 적용된다. 2013학년도 대학 수시모집에도 활용된다. 오 과장은 “내년 일부 대학과 학과를 대상으로 소규모로 시범 활용하게 된다”고 밝혔다.

수능과 달리 절대 평가, 4지선다형 출제

NEAT는 고등학생용 시험(2종)과 성인용 시험(1종)으로 나뉜다. 고등학생용 시험(2·3급)은 진로와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2급은 대학수학에 필요한 다양한 기초 학문 영역에서의 기본적인 영어사용 능력을 평가하고, 3급은 일상생활과 간단한 업무상황에서 쓰이는 실용영어능력을 중심으로 평가한다.

수능 외국어(영어)영역과 비교해 평가의 영역, 방법, 성적 산출을 포함한 여러 가지 면에서 차이가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진경애 본부장은 “수능과 비교해 조금 더 쉽게 출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어휘 수에서는 2급이 현행 수능에 비해 1000 단어 이상 적다. 수능과 달리 말하기·쓰기 영역을 포함하고, 듣기와 읽기는 4지선다형이 출제된다. 읽기에서는 문법 지식을 묻는 문항이 사라진다. 상대 평가로 이뤄지는 수능과 달리 절대 평가다.

2014학년도 수능 외국어(영어)영역이 2009 개정 교육과정과 연계해 수준별 A형과 B형으로 이원화된다. B형은 현행 수능 수준이고 A형은 현행 수능보다 출제 범위를 줄이고 쉽게 출제될 예정이다. 오 과장은 “수능 B형은 NEAT 2급과 수능 A형은 NEAT 3급과 연계시켜 NEAT가 수능 영어시험을 무리없이 대체하도록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말하기·쓰기는 8명이 채점

진 본부장은 “출제방식은 학교 영어교사, 대학 교수 등으로 구성된 출제자 인력풀이 참여한 문항 공모, 합숙 출제 같은 다양한 방식이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별도 연수와 인증 절차를 거친 중등 교원 5000명이 출제와 채점을 맡게 된다. 문항 접수와 심사, 검토 등 일련의 과정을 거친 최종 문항은 문제은행 시스템에 저장된다.

듣기와 읽기 영역은 선택형 문항으로 자동채점을 하며, 말하기와 쓰기는 수행평가 형태로 인증된 채점자가 온라인으로 채점을 한다. 말하기와 쓰기 영역 채점 신뢰도를 확보하기 위해 한 명의 응시자를 기준으로 말하기와 쓰기 채점자는 각 4명씩 총 8명이 배정된다. 각 채점자는 하나 또는 두 개 유형만을 집중적으로 채점한다. 채점은 답안당 복수 채점이 원칙이며 두 채점자간의 점수 차이가 평균 2점을 초과하면 제3의 채점자가 재채점한다.

읽기는 의사소통 능력만 평가

새롭게 도입되는 말하기·쓰기 문항은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기초로 개발될 예정이다. 말하기 평가는 유창성과 발음, 언어사용, 구성력, 과제완성을 평가한다. 평가 항목에서 발음을 최소화하고 원어민과 가까운 발음보다 이해 가능한 수준의 발음을 평가의 기준으로 삼는다.

쓰기 평가는 내용과 구성력, 언어사용, 과제완성을 평가하는데 에세이 쓰기 같은 자유 작문 수준의 문항은 포함되지 않는다. 특정 정보가 주어진 상태에서 약간의 의견을 추가해 글을 쓰는 정도다. 쓰기에서는 의사소통 능력에 초점을 둬 자연스러운 표현 능력을 중심으로 평가된다.

듣기와 읽기는 인터넷기반시험(iBT: Internet-based Test)의 특성을 활용해 위치 찾기와 도표 정보 찾기 등 클릭형 문항이 출제된다. 읽기에서는 문법 지식을 묻는 문항이 빠진다. 오 과장은 “수능에서 문법 문항(2문항)이 출제돼 중등 영어교육이 문법 중심으로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때문에 의사소통 능력을 기르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진 본부장은 “영어시험에서 문법 내용을 평가하지 않으면 학교 교육에서도 문법 설명과 문제 풀이 수업이 줄고 의사소통 활동 중심의 수업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4개 영역 4등급, 대학·학과 특성 따라 기준 달라

NEAT는 절대평가로 교육과정에서 정하는 성취기준에 도달한 정도에 따라 성적이 부여된다. 영역별로 절대적인 성취 수준에 따라 Pass(A·B·C등급)와 Fail(F등급)으로 구분된다. 오 과장은 “상대평가 방식의 수능시험과 달리 일정한 역량을 갖추면 원하는 성적을 취득할 수 있어 과잉 학습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성적의 유효 기간은 고교 졸업 이후 2년 정도로 검토 중이다. 시행 대학에서는 학과와 학교 특성에 따라 영역별 최소 기준 등급을 요구하거나 필요한 영역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등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예컨대 ㄱ대학 영문과는 듣기·읽기·말하기·쓰기 2급 A등급, ㄴ대학 철학과는 읽기 2급 B등급 이상을 기준으로 할 수 있다. 지난 4월 대학입학처장 대상 설문조사 결과, 학과에서 필요로 하는 수준에 따라 2급과 3급 중 하나의 성적을 요구하겠다는 응답(38.4%)이 가장 높았다.

NEAT는 인터넷기반시험으로 영역별로 다르게 시험을 치른다. 듣기는 헤드셋으로 들은 후 화면의 답안을 선택하고, 읽기 영역은 화면의 지문을 읽고 답안을 고른다. 말하기는 화면의 문제를 보고 헤드셋을 사용해 직접 음성 답안을 녹음한다. 쓰기 영역의 경우 화면의 문제를 보고 컴퓨터 키보드로 직접 답안을 입력하면 된다. 중앙센터와 수험자의 컴퓨터가 인터넷으로 연결돼 실시간으로 문항이 학생들에게 전송되고, 학생들의 응답은 중앙센터의 서버에 저장된다. 중앙센터에 저장된 답안의 채점은 듣기와 읽기의 경우 자동채점되고, 말하기와 쓰기는 채점자가 서버에 접속해 온라인으로 채점하게 된다. 초기에는 고3만 응시할 수 있고, 학생 1인당 2회의 응시 기회가 부여될 예정이다.

EBS와 학교 교사 연수로 NEAT 대비

NEAT 시행으로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교과부에서는 학교와 교사들이 보다 체계적으로 NEAT를 준비할 수 있도록 말하기·쓰기 지도와 평가에 대한 영어교사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교사 연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학교단위 말하기·쓰기 지도와 평가방법을 개선하기 위해 원격 연수를 모든 영어 교사들이 이수하도록 하게 된다.

 EBS를 통해 방과후 영어교육을 위한 교재와 방송 프로그램도 제작·보급하게 된다. 정규수업-방과후 학교-자율학습으로 연계된 통합된 영어교육 체계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5월 말부터 EBS 영어교육방송에서 말하기와 쓰기 영역에 초점을 맞춘 NEAT 안내 프로그램을 주 5회 방송하고 있다. 오 과장은 “특히 말하기와 쓰기를 연습하기 위해 내년 중 연습 문항과 모의 채점 시스템을 온라인으로 구축해 학생 스스로 언제 어디서든 연습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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