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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변은 건강의 나침반 … 녹색이면 정상, 회색·흰색은 비정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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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력이 완성되지 않은 신생아는 질병에 취약하다. 이상 증상이 있을 때 신속히 대처해야 화를 피할 수 있다. [제일병원 제공]

올해 첫아이를 낳은 김미수(28·서울 반포동)씨. 출산의 기쁨은 잠시, 아기가 끊임없이 잔병치레를 해서 몸과 마음이 무거웠다. 갑자기 눈에 황달 증상이 나타나는가 하면 체온이 38.8도까지 올라갔다. 구토와 설사는 왜 그렇게 자주 하는지…. 밤중이라도 응급실에 가야 할지, 해열제를 써야 할지 난감할 때면 그녀는 친정 엄마나 출산 경험이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출산 후 4주는 아기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다. 신생아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주요 증상과 대처법을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병원 신생아과 이병섭 교수와 삼성서울병원 소아과 장윤실 교수에게 들었다.

● 녹색은 소화액인 담즙 색깔

초보 엄마들은 아기의 녹색 변에 놀라곤 한다. 하지만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가 아니다. 변의 색깔은 장의 운동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초록색을 띠는 것은 소화액인 담즙 때문이다. 변은 장에서 충분한 시간을 보내면 황금색으로, 그렇지 못하면 녹색으로 나온다. 만약 아기의 변 색깔이 회색이나 흰색이라면 담즙이 별로 분비되지 않는다는 뜻이므로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물론 혈변은 꼭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 대변 횟수는 아기마다 달라

아기의 대소변 횟수가 너무 많아 놀라는 초보 엄마도 있다. 먼저 소변을 자주 보는 것은 정상이다. 하지만 반나절 이상 소변을 보지 않거나 소변 양이 줄었다면 몸안에 수분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대변은 사람마다 다르다. 4~5일 동안 변을 보지 않았더라도 체중이 늘고 잘 먹는다면 문제는 없다. 대개 모유를 먹는 아기는 하루 열 번 이상, 분유 먹는 아기는 모유 때보다 대변 횟수가 적다.

● 체중의 5~10% 빠지는 건 정상

신생아는 태어나서 처음 3~4일 동안 몸무게가 빠졌다가 일주일 안에 원래 몸무게로 돌아온다. 엄마 자궁 안에서 바깥세상에 나오면서 몸이 적응하는 과정이다. 출산 직후 체내 ‘세포외액’이라는 수분이 소변으로 빠져나가면서 체중이 일시적으로 빠지는 현상이다. 평균 체중 감소율은 5~10% 정도. 예를 들어 태어났을 때 몸무게가 3㎏이라면 150~300g 정도 빠진다. 만약 체중이 10% 이상 빠지거나 눈이 노랗게 변하는 황달 증상이 있다면 병원에 가야 한다.

● 열 심하면 해열제 쓴 뒤 병원으로

아기의 적정 체온은 36.5~37.5도 사이다. 만약 38도 이상 고열이 지속되면 무조건 병원을 찾아야 한다. 일시적으로 열을 낮추기 위해 집에서 해열제를 쓰는 것은 괜찮다. 타이레놀이나 부루펜 같은 해열제가 적당하다. 좌약을 이용해 열을 떨어뜨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하지만 만약 패혈증이 있다면 근본적 치료가 필요하다. 따라서 열이 심하게 난다면 해열제를 쓴 후 집 근처 병원의 소아과 전문의에게 문의해야 한다.

● 붉은 반점 등 전신 피부질환은 위험

얼굴 부위에 아토피 피부염 증상이 조금씩 나타나는 것을 보통 ‘태열’이라고 부른다. 어린이용 보습제나 ‘세라마이드’ 성분이 들어 있는 보습제를 발라주면 대부분 상태가 좋아진다. 몸 일부에서 피부 껍질이 벗겨지기도 하는데 이는 대부분 10일 안에 사라진다. 목 뒷덜미나 눈꺼풀 위, 이마 중앙 부위에 작은 분홍색 반점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 반점들은 첫돌이 지나면서 없어진다. 하지만 손발을 제외하고 온몸에 붉은 반점과 진물이 난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 녹색 구토하면 장 폐색 의심

아기가 모유나 분유를 먹고 나서 왈칵 토하는 것은 대부분 ‘위식도 역류’ 때문이다. 위와 식도의 연결 부위가 아직 덜 발달해 생기는 현상이다. 위에 가스가 많이 차면 누워 있을 때 구토를 많이 하기도 한다. 하지만 생후 1~2주 사이에 구토하는 양이 많고 체중이 늘지 않는다면 검사가 필요하다. 만약 구토 색깔이 노란색이나 녹색이라면 수술이 필요한 ‘장 폐색’일 가능성도 있다. 또 아기는 태어난 지 한 달 정도 지나면 각종 감염 예방 접종을 받는다. 이 시기 전에 갑자기 잘 먹지 않거나 열이 나고 설사·구토를 한다면 급성 위장감염도 의심해야 한다.

권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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