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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이세돌의 난조, 흑3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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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본선 32강전>
○·쿵제 9단 ●·이세돌 9단

제3보(25~34)=백은 29의 한 방이 꽤 쓰라리다. 그러나 28로 가둔 모습은 결코 나쁘지 않다고 한다. 이제 흑은 좌하 일대의 엷고 어수선한 흑 돌들을 수습해야 할 차례. 누구나 그렇게 믿고 있었는데 이세돌 9단의 다음 수(31)에 구경꾼들은 대경실색하고 만다. 과연 ‘예측불허의 이세돌’이다. 실리를 챙겨놓고 마음대로 해보라고 배짱(?)을 부렸다. 하지만 31은 천하의 이세돌 9단이 둔 수임에도 “장수가 전쟁터를 외면했다”는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쌍방의 군사들이 얽힌 채 백병전으로 치닫기 일보 직전의 상황에선 한 수의 가치가 극대화된다. 31은 그걸 모른 체했다. 난조다. 이세돌의 컨디션이 이상하다.

 쿵제 9단은 조심조심 32, 34로 차단해온다. 큰일이다. 귀의 실리도 실리지만 흑의 군사들은 사방에서 근거를 잃은 채 부평초 신세가 됐다. 대국 후 연구에 따르면 31은 ‘참고도1’ 흑1에 두어야 했다. 백이 그래도 차단한다면 흑7까지. A가 선수여서 흑은 단단하다. 천천히 B를 노릴 수 있다. 백이 ‘참고도2’처럼 우하로 들어오면 흑3으로 뛰어 이세돌 9단이 좋아하는 전면전을 펼치면 된다. 실전은 아주 곤란해졌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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