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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뻐서 웃나, 웃어서 기쁜 거지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42호 27면

세상은 변했다.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6학년 1학기)에 ‘웃음의 힘’이란 단원과 함께 유머가 등장했다. 그분의 유머가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재미있는 사람이라면 평생 한번만 만나봐도 소원이 없겠다. 저자에게 사인만 하나 받아둬도 집안의 가보일 텐데….

삶과 믿음

한 손님이 고기 살 생각은 않고 조기 한 마리를 치켜든 채 이리저리 살피며 킁킁 냄새를 맡고 있었다. 마음이 불편해진 생선 가게 주인이 짜증스레 말했다.

“살려면 빨리 살 일이지, 사지도 않을 고기 냄새는 왜 맡고 그 야단이오.”
“냄새를 맡는 게 아닌데요. 그냥 귓속말로 바다 소식을 물어본 것뿐이에요.”
재미있는 답에 주인이 목소리를 누그러뜨리고 물었다.
“조기가 뭐라고 합니까?”
손님이 능청스레 답했다.
“자신도 바다를 떠난 지 하도 오래되어 바다 소식이 궁금하다는데요.”
내가 그렇게도 만나보고 싶어 했던 유머의 저자가 지금 중앙SUNDAY에 이 글을 쓰고 있다. 이래서 난, 또 웃는다.
한 분이 자신도 유머를 잘하고 싶다면서 물어왔다. “어떻게 하면 남을 ‘빵’ 하고 웃길 수 있을까요.” 답해 드렸다. “호빵부터 사 드세요.” ㅋㅋ.

고추가 웃으면 뭔지 아시죠? ‘풋고추’, 바나나가 웃으면요? ‘바나나 킥’, ‘하~이마트’는 왜 하이마트인지 아세요? 이마트가 웃어서예요. 그러면 가족이 웃으면 ‘하~이 패밀리’.
성경은 이른다. “웃음을 네 입에, 즐거운 소리를 네 입술에 채우시리니.”(욥기 8장 21절) 고난의 사람 욥의 회복을 나타낼 때 쓴 표현이다. 완전한 행복을 암시하고 있다. 웃음이 왜 필요할까? 웃음은 탁월한 회복력이기 때문이다. 레이먼드 A 뮤디는 유머는 질병을 치유하는 놀라운 작용을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수많은 임상경험을 통해 유머가 통증을 덜어주는 마취작용이 있다는 것까지 알아내었다. 프랑스 보건전문지 ‘상테’에 따르면 프랑스 의사들이 가장 많이 처방하는 약품 가운데 하나가 바로 ‘웃음’이라고 한다. 어느새 웃음치료란 말도 낯설지 않게 되었다.

한 사또가 강물에 빠져 죽기 일보 직전이었다. 이를 보고 있던 포졸이 물에 뛰어들어 사또를 구했다. 간신히 목숨을 건진 사또가 포졸에게 소원을 물었다. “저의 소원은 오직 한 가지밖에 없습니다. 소인이 사또를 구했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이 모르게 해 주십시오.” 자신의 공을 내세우지 않는 겸손이 마음에 쏙 들었던 사또가 묻는다. “이유가 뭔가?” “사람들이 알면 소인은 맞아 죽습니다.”

이런 것을 놓고 촌철살인의 유머라 한다. 칼로 찌르지 않고도 아프게 만들 수 있다. 웃음에는 큰 교훈이 있다. 깨달음을 가져다준다. 세상의 바보들에게 화내지 않고 꾸짖을 수 있다. 무엇보다 긍정적 세계관을 심는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연구소는 요즘 ‘Q & A’가 대세(?)다. Q는 Cue 사인의 큐다. A는 ‘에이∼’의 의미다.
Q-세상이 슬퍼요. 사람들이 미워요. 솔직히 자살이라도 하고 싶어요. 한강 교각 위를 여러 차례 기웃거려 봤어요. 살 수 있는 방법 좀 알려줘요. A. 요새 같은 추위에는 뛰어내리지 마세요. 얼어 죽기 십상이에요. 따뜻한 봄날 뛰어내려 보세요. 살 만해요. 차라리 행복발전소 Hi Family(02-2057-0033)에 퐁당 빠져보세요.
웃자. 기뻐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기뻐진다.



송길원 가족생태학자. 행복발전소 하이패밀리 대표로 일하고 있다. 트위터(@happyzzone)와 페이스북으로 세상과 교회의 소통을 지향하는 문 ‘신념들의 집합’을 이데올로기라고 한다. 만 화 리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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