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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 좋아 방향제 원료로 채취하기도

중앙일보

입력

향기가 강하다는 것도 목련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아메리카 인디언들 사이에는 목련의 강한 향기를 놓고, '목련이 있는 침실에서 잠이 들면 죽음에 이른다'고 하고, 미국산 목련인 태산목에 꽃이 필 때 그 그늘 아래에서는 잠도 자지 않는다고 합니다.

또 북해도의 원주민들은 목련의 향기가 병을 불러온다고 해서 '방귀 뀌는 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지요. 향기 때문은 아니지만 인도에서는 목련에 죽은 아이의 혼백이 들어 있다면서 불길한 나무로 꺼려한답니다.

▶목련의 쓰임새

이와 반대로 우리 조상들은 목련의 진한 향기를 참 좋아했어요. 같은 향기를 놓고 받아들이는 입장이 정반대인 거죠. 향기가 좋은 목련 장작으로 불을 때워 장마철 집안의 습기도 없애고 좋은 향도 만들어 내곤 했답니다. 뿐만 아니라 목련의 좋은 향기가 병을 쫓아낸다고 해서 집집마다 목련 장작을 준비해 두기도 했어요.

그러나 목련꽃이 옥돌보다 더 깨끗하게 빛나는 것은
눈발 속에서 준비하며 자랐기 때문이요
꽃잎 한 장 한 장이 향기의 비늘조각 같은 것은
시련보다 사랑이 더 컸기 때문임을 압니다
- 도종환, 〈십년〉에서

목련은 우리 조상들에게 참 친숙했었나봐요. 일상 생활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많거든요. 목련 꽃을 보고 기상 현상과 풍년을 예측한 겁니다. 목련이 오래도록 꽃을 피우고 있으면 풍년이 들고, 꽃잎이 아래로 처지면 비가 온다는 것이지요. 다른 문화권의 민족들에게는 불길한 꽃으로 여겨져 왔지만, 우리에게는 아름답고도 상서로운 꽃이 되었던 셈입니다.

향기가 좋은 목련은 나무 껍질에서 방향제의 원료를 채취하기도 합니다. 한방에서는 목련의 씨·뿌리·껍질을 다른 약재와 섞어 구충제(驅蟲劑)·양모제(養毛劑) 등에 쓰지요. 꽃봉오리도 약재로 쓰이고 있어요. 약용 식물로의 가치도 많이 알려지고 있으나 나무껍질에는 유독 성분이 있으므로 함부로 이용하면 큰일 납니다.

목련 뿐 아니라 우리 주변의 식물들 중에는 약용 가치가 큰 식물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냥 흘러 다니는 이야기만 듣고 적용했다가는 더 큰 탈이 납니다.

▶목련에 붙여진 이름들

현재 목련은 북아메리카 지역에서부터 동아시아와 히말라야에까지 분포하고 있으며 유럽과 그린란드 지역에서는 목련의 화석이 발견되고 있답니다. 목련의 화석은 시기적으로는 백악기와 제3기에서 많이 발견된다고 합니다. 백악기는 약 1억4천만년 전에 시작된 시대이니, 목련은 고대 식물이며,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오래 된 나무여서인지, 목련에 붙여진 다른 이름은 많습니다. 그건 시대마다 지방마다 목련이 민중의 삶에 가까이 있었다는 증거가 되는 셈이지요.

아직 꽃샘 바람이 살갗을 에는 매운 날씨에도 봄을 맞이하기 위해 이르게 피어난다 하여 영춘화(迎春花), 같은 뜻이지만 눈이 펄펄 내리던 겨울에서 멀지 않은 이른 봄에 피어난다 하여 근설영춘(近雪迎春)이라고 하지요.

일제히 북쪽 하늘을 바라보고 피어나는 품새를 보고는 북향화(北向花)라는 이름을 붙였고, 같은 특징을 낭만적으로 표현하려는 사람들은 옥(玉)같이 아름다운 산을 바라보는 꽃이라 하여 망여옥산(望如玉山)이라고도 했어요.

점잖은 선비들은 목련 꽃을 보면서도 글 공부를 떠올렸던 모양이지요. 꽃을 피우기 전 목련 꽃 봉오리의 모양이 붓을 닮았다 하여 목필(木筆)이라는 이름을 붙였더군요.

하얗게 피어난 꽃 송이 하나 하나가 옥돌처럼 단단하고 곱다 하여 옥수(玉樹), 강한 향기에 취한 사람들은 목련 꽃의 조각 조각이 모두 향기 덩어리라는 뜻으로 향린(香鱗), 옥처럼 단아(端雅)하면서도 향기가 백리 멀리까지 퍼져나간다는 뜻에서 옥란(玉蘭)이라고 합니다.

한방에서는 꽃봉오리의 맛이 약간 맵다는 데 맞춰 신이(辛夷)·신이포(辛夷苞)라고 합니다. 늦은 봄에 피는 자목련은 봄이 끝나는 때에 피어난다는 뜻에서 망춘화(亡春花)라고 불립니다.

깊은 산 계곡이나 정상에서 자라는 우리나라의 자생 목련 중 하나인 산목련은 '야생목련(野生木蓮)' '산목란(山木蘭)' '천녀화(天女花)' '천녀목란(天女木蘭)' '함박꽃나무' 등으로 불리지요. 산목련은 북한의 국화(國花)이기도 합니다.

일본목련의 경우 '후박나무'로 잘못 불리기도 하지요. 나무의 껍질이 두껍다고 해서 '후박(厚朴)'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이지만, 녹나무과의 후박나무와는 아주 다른 나무예요.

후박나무는 상록성이지만 일본목련은 낙엽성이고, 후박나무는 꽃이 작고 여러 송이 피지만, 일본목련은 꽃 송이 하나의 지름이 20센티미터에 이르는 정도 크기의 흰 꽃을 피웁니다.

서양인들이 선발한 품종들도 많이 있는데, 그 이름들이 재미있어요. 특히 교배 품종에 붙이는 이름에는 주로 여성의 이름을 딴 것이 많아요. Ann·Merrill·Judy·Jane·Susan·Emma Cook 등의 이름은 품종을 선발한 사람이 붙인 것인데, 군더더기 없이 맑고 깨끗한 목련 꽃을 가만히 들여다 보자면, 이같은 여성의 이름이 왜 붙여졌는지 알 법도 합니다.

이렇게 혼자 좋아서 목련꽃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이 꽃도 참 외로운
여자 같다는 생각이 든다
왠지 모르게 어깨가 쓸쓸해 보이는
그런 여자
(중략)
웬 일인지 오늘은 손만 잡아도
내 품에 안겨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은, 참 눈물이
많을 것만 같은 여자
- 김동원, 〈목련〉에서

[다음 호에는 '목련 마지막 회'로 〈전설〉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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