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BOOK] 끌로 파내 만든 터키 동굴 수도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터키 카파도키아 지역엔 화산재가 퇴적해 형성된 버섯 모양의 바위산이 밀집해있다. 이 원추형의 중간 중간 뚫린 동굴은 수백 년 간 주거지나 교회·수도원으로 사용됐다.

세계의 불가사의한 건축 이야기 1·2
스즈키 히로유키 등 지음, 유인경 옮김, 까치
각권 320쪽, 각권 1만9000원

터키 아나톨리아 고원에 위치한 카파도피아 지방엔 3세기경 로마 제국의 박해를 피해 초기 기독교 신자들이 숨어들었다. 불모의 대지에 선 기암괴석이 이들을 지켜주었다. 기독교 문화가 꽃핀 9세기경엔 10만 명의 수도사가 살았다. 이들은 끌 하나로 응회암을 파내어 생활공간을 확보했다. 그리스 정교회 건축양식에 따라 바위를 깊이 파서 교회당 공간을 만든 뒤에 천정 벽면에 성화(聖畵)를 그려 넣기도 했다. 이런 식의 동굴 교회는 1000개를 헤아린다고 알려진다.

 일본 출신의 건축사가 5명이 세계를 여행하며 기발한 발상이 돋보이는 건축물을 소개한 책이다. 로마의 콜로세움, 파리의 에펠 탑, 루브르 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 그리고 스페인을 대표하는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와 모더니즘의 문을 연 르 코르뷔지에 등 시대를 넘나드는 위대한 상상력을 만난다. 때로는 풍경을 왜곡하고 보는 이들을 압도하는 이 건축물엔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현실의 재료로 빚어낸 이상(理想)을 향한 꿈이다.

강혜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