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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자유 - 안젤리나 졸리(Angelina Jolie)

중앙일보

입력

17살의 '수잔나 케이슨'. 다량의 수면제 복용으로 응급실에 실려간 후 자살 미수로 판정, 정신과 의사의 상담을 받는다. 그녀는 자살 기도를 부인하지만 '인격경계 혼란장애' 라는 다소 특이한 병명으로 정신 요양원에 입원한다. 이곳에서 자신을 환자답지 않게 대해주는 유일한 인물인 간호사 '발레리'와 7년째 경찰에게 끌려오지만 요양원을 끈질기게 도망치는 '리사'를 비롯, 여러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1993년에 발표된 '수잔나 케이슨' 의 자전적 소설을 영화화한 〈처음 만나는 자유 Girl, Interrupted〉는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채, 아슬아슬한 경계선을 걸어가야 했던 소녀들을 진지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성장영화다.

제목만 보고는 어떤 내용의 영화인지 도통 모르겠다. 모 음료 카피 같은 제목의〈처음 만나는 자유 Girl, Interrupted〉. 누가 제목을 뽑았는지 모르지만 유머감각(?)이 넘친다.

이 영화에서 '위노나 라이더' 와 불꽃 튀는 연기대결을 펼쳤던 '안젤리나 졸리(Angelina Jolie)'는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면서 전 세계에 자신의 재능을 알렸다. 그녀에겐 오랫동안 〈귀향〉으로 아카데미와 칸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던 명배우 '존 보이트'의 딸이라는 꼬리표가 따라 다녔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사람들은 그녀의 이름을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며 거침없는 행동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 22년 연상의 배우 '빌리 밥 솔튼'과 깜짝 결혼, 주위를 놀라게 했다. 둘은 〈에어 컨트롤 Pushing Tin〉에 부부로 출연하면서 애정을 키웠다고 한다.

〈처음 만나는 자유〉에서 정신 병자인 '수잔나' 역을 너무나 리얼하게 연기해 많은 이들에게 박수 갈채를 받았던 '안젤리나 졸리'의 성장기는 그리 순탄치 못했다. 그녀는 75년 6월 4일 '존 보이트'와 한때 배우로 활동했던 '마셀리니 베르뜨랑' 사이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안젤리나 보이트 졸리'. 하지만 본격적인 연기자가 된 이후 아버지와 연결되는 걸 피하기 위해 '보이트'라는 이름을 떼버리고 미들 네임인 '졸리'를 자신의 성으로 삼았다. 2살때 부모가 이혼하자 오빠와 함께 어머니를 따라 뉴욕에서 힘든 생활을 했다. 하지만 연기에 대한 꿈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리 스트라스버그 스튜디오에서 연기를 익힌 후 뉴욕과 런던, LA를 오가며 모델로 활동했고 간혹 '롤링 스톤즈'나 '미트로프'의 뮤직비디오에 출현하기도 했다. 영화 데뷔작은〈사이보그2 Cyborg2〉. 별볼일 없는 B급 영화로 그녀를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대중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전남편 '자니 리 밀러'와 〈해커즈 hackers〉에 출연하면서부터.(〈트레인스포팅〉에 출연했던 노랑머리 '식보이'가 바로 '안젤리나 졸리'의 전 남편 '자니 리 밀러'다.) 이 영화에서 뛰어난 실력을 지닌 컴퓨터 해커이자 상대역 '자니 리 밀러'의 마음을 사로잡는 '톰보이'로 등장, 보이쉬한 차림을 하고 있을 때조차 도발적이고 뇌쇄적인 매력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후 HBO TV 시리즈 〈지아 Gia〉에 출연, 수퍼모델 '지아 카라니'로 변신해 열광적인 지지를 이끌어냈다. 〈지아〉는 80년대 초 패션계의 스타였으나 헤로인과 동성애에 빠져 26세에 에이즈로 요절한 실제 인물 '지아'의 자기파괴적인 삶을 다룬 드라마로 섹시하면서도 어두운 그녀의 이미지와 맞아 떨어져 큰 성공을 거뒀다. 뿐만 아니라 그녀에게 골든 글로브상과와 스크린 액터길드상을 선사, 성공의 큰 밑거름이 됐다.

〈지아〉의 촬영을 모두 끝내고 '안젤리나 졸리'는 잠시 연기생활을 중단, 뉴욕대학의 영화학교에 입학했다. 그러나 1년 뒤 〈에어 컨트롤 Pushing Tin〉과 〈플레잉 바이 하트 Playing by heart〉로 돌아왔고 흑인영웅 '덴젤 워싱턴'과 함께〈본 콜렉터 The Bone Collector〉에 출연, 강인한 여전사의 이미지와 도발적인 관능미를 앞세워 상대역 '덴젤 워싱턴' 못지 않은 연기로 찬사를 받았다. 〈본 콜렉터〉는 추리의 재미를 살리는 정교한 장치들을 갖췄지만 별반 새로울 것은 없는 영화다. 그러나 '안젤리나 졸리'의 매력은 빛난다.

그녀는 한때 배우로 활동했던 어머니의 충고를 늘 명심하고 있다. "용감해라, 대담해라, 자유로워라". 부모의 이혼으로 어머니와 함께 자랐지만 항상 연기에 대한 열정을 놓치지 않았던 '안젤리나 졸리'. 돌출행동으로도 유명한 그녀가 앞으로 어떤 깜짝쇼를 선사할지 자못 궁금하다.

"난 보통 내가 전에 해 보지 않은 것, 내가 완전히 폭발시키지 않은 나의 모습을 찾으려 한다. 연기에는 어떤 진실함이 있고, 그 진실의 아름다움과 추함을 이해할 수 있는 나 자신의 강인한 여전사의 이미지와 도발적인 관능미를 한껏 뽐내며 상대역인 '덴젤 웨싱턴' 못지 않은 연기로 찬사를 받았다. 진정한 부분이 담겨져 있다." - 안젤리나 졸리 -

※필자 조은성씨는 영화 〈내일로 흐르는 강〉조감독, EBS 교육방송 〈시네마 천국〉구성작가를 거쳐 나우누리 영화 동호회 〈빛그림 시네마〉시삽, 잡지사 기자 등으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웹PD와 영화 컨텐츠 전문가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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