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놈초안 발표, 9월로 미뤄질수도

중앙일보

입력

세계적 관심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6월 15일경 발표가 유력시되어 왔던 인간유전자지도 초안의 공개가 오는 9월로 수개월 미뤄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간유전체(지놈) 해독작업을 위해 세계 15개 연구소들과 컨소시엄을 구성, 지놈프로젝트(HGP)를 진행중인 미 국립보건원 산하 인간지놈연구소(NHGRI)와 이와는 별도로 같은 작업을 벌이고 있는 생명공학 벤처기업 셀레라 제노믹스사간에 연구결과의 공동발표 가능성에 관한 논의가 진행중이다.

사실 양측은 지놈연구를 둘러싸고 지난 98년 이후 치열한 각축을 전개하는 가운데 유전자의 90%를 해독하고 초안작성을 마무리한 채 6월 15일경의 발표를 기정사실화해 온 분위기였다. 전 세계인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지놈해독이 이처럼 양측의 과열 경쟁으로 치닫자 그로 인해 이 과학적 위업이 퇴색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제기돼 왔던것도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과학분야의 저명한 잡지인 `사이언스''지의 도널드 케네디 편집장은 최근 컬럼을 통해 "치열한 경쟁자들 사이에는 언론이 좋아할 지는 모르겠으되 종종쓸데없는 얘기를 교환하게 되며 이것은 정작 알맹이를 흐리게 하는 결과를 빚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케네디씨와 `사이언스''의 전 편집인인 플로이드 블룸씨는 양측에 대해 `누가 먼저 지놈지도를 완성하는지 경쟁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보다는 오는 9월 동시에, 그러나 각각의 논문을 통해 연구결과를 발표하도록 중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6일엔 프랜시스 콜린스 NHGRI 소장과 크레이그 벤터 셀레라 사장이 회동을 가진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중재노력이 아직 결말이 난 것은 아니며 넘어야 할 장벽이 적지 않다. 우선 연구의 공개문제와 관련, HGP측은 결과 자료를 데이터 베이스인 GenBank를 통해 공개해오고 있는 데 반해 셀레라는 비밀로 하고 있으며 최종 초안을 자신의 웹사이트를 통해 내놓겠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또 과학자들의 경우 관련 과학계에서 검토될 수 있도록 자신들의 연구결과를 가능한 한 빨리 공개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이들이 공개를 미룬 채 기다릴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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