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실리콘밸리 사람들 MS 분할에 찬반 엇갈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흔히 실리콘 밸리 기업가들의 의견은 다 같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잘못된 시각이다. 지난주 마이크로소프트(MS)社의 분할 판결을 바라보는 시각이야말로 천차만별이었다. 토머스 펜필드 잭슨 판사의 최종판결이 나오자마자 실리콘 밸리에서는 여러 반응이 나타났다. 심지어 같은 회사 직원들끼리도 견해가 정반대인 경우도 많았다.

우선 넷스케이프社의 前 최고경영자 짐 박스데일 같은 강경파가 있다. 그는 MS가 회사 분할이라는 조치를 당해도 싸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주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게이트웨이社나 AOL社 같은 대기업들도 MS가 분할되도록 뒤에서 힘을 썼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두 기업의 경영자들은 내 어깨를 두드리며 이 전쟁에 나가 싸워줘 정말 고맙게 여긴다고 사의를 표했다.”

그 다음 정부 개입을 드러내놓고 비난하는 집단이 있다. 지난주 컴팩社의 최고 경영자 마이클 카펠라스는 워싱턴에 있는 내셔널 프레스 클럽 건물 밖에서 판결을 맹비난했다. 그는 소비자에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사용하기 간편한 패키지를 공급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면서 “이런 협력을 어렵게 만드는 MS의 분할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칩을 생산하는 트랜스메타社의 최고경영자 데이비드 디첼도 분할에 반대했다(트랜스메타는 MS와 긴밀히 제휴한 인텔社와 경쟁관계에 있다). 그는 법무부가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대통령과 다름 없다고 말했다. “카스트로는 강제로 빈부차이를 없앴다. 지금 벌어지는 일도 마찬가지다.”

지난주 뉴스위크가 MS의 협력사와 경쟁사 수십 곳에 둘로 분할된 MS의 장래가 어떻게 될 것 같으냐고 질문하자 다양한 대답이 나왔다. 어떤 기업은 미래도 과거와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터넷이 이미 MS의 보호막을 상당부분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미 MS도 휴대용 기기와 이동 인터넷의 시대에 살아남으려고 경쟁하는 기업 중 하나가 됐다고 생각했다. 한편 선 마이크로시스템스社 같은 MS의 경쟁사들은 공정한 경쟁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분할된 MS 때문에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지도 모른다는 점을 인정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판결로 과거 MS가 선점했던 분야를 피해 가야 했던 수많은 벤처기업들에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 것이라고 말하는 기업가들이 있다. 웹OS社의 셔빈 피셰바는 “잭슨 판사는 기업가의 모세다. 그는 바다를 갈랐다”고 칭송했다.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대단하게 평가하지는 않아도 나름대로 미래에 대한 견해를 제시했다. 몇 가지 예를 살펴보자.

다른 운영체제에 기반을 둔 소프트웨어 개발에 착수: 지난주 판결의 영향을 이미 느꼈다는 사람들이 있다. 리눅스 기업인 레드햇社의 최고경영자 밥 영도 그 중 하나다. 그는 주식 공모 전에 MS의 파트너인 델·컴팩·IBM社의 투자 덕분에 성공적으로 자본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MS가 다른 회사를 위협하거나 압박하던 시절에는 이런 협력을 구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美 정부의 반독점 위반 조사 덕분에 MS와 우위를 다투는 기업들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 그러나 영은 MS가 둘로 분할된 이후의 시장도 내다보고 있다. 그는 MS의 응용프로그램들이 더 이상 윈도의 시장 점유율을 보장하지 못하기 때문에 분할 후 MS의 응용프로그램만 담당할 회사는 워드나 파워포인트 등의 리눅스 버전을 만들려고 노력할 것으로 예상했다.

분할로 경쟁력이 커질 MS: 그러나 MS의 미래를 다르게 내다보는 견해도 있다. MS가 둘로 분할되면 하나일 때보다 더 강력해질 것이라는 생각이다. 휴대용 컴퓨터를 예로 들어보자. MS는 윈도 CE로 작동하는 포켓PC나 웹패드 같은 기기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왔다. 그러나 여러 사용자들은 MS의 휴대기기용 운영체제가 쓰기 불편하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 휴대폰용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폰.컴 같은 벤처기업이 휴대기기용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훨씬 앞서 있다. 그러나 폰.컴의 최고경영자 알랑 로스망은 윈도의 부담이 없는 MS 응용프로그램 전문회사는 훨씬 혁신적이고 상황에 빨리 대처하는 경쟁자가 될지 모른다고 인정한다. 로스망은 “그래도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어 편안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벤처기업의 급부상: 벤처기업가와 벤처투자자만큼 MS의 분할 가능성에 열광하면서 불안해하는 층은 없다. 실제로 벤처투자자는 대개 MS가 우위를 차지하던 주된 영역인 데스크톱은 이미 더 이상 개발의 여지가 없으며, 분할로 다른 방식의 워드 프로세서 같은 것을 만드는 회사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오피스 같은 프로그램에 필적하는 웹 기반 응용프로그램과 자바처럼 어떤 플랫폼에서도 작동하며 이론적으로는 운영체제와 상관없는 기술인 ‘미들웨어’를 만들 가능성을 점치는 사람도 있다. 실제로 MS는 위의 두 부문을 자사 핵심사업에 대한 위협으로 여겼다.

30명의 직원으로 웹에서만 작동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웹OS의 피셰바는 소비자의 새로운 관심을 즐기고 있다. 그는 이 판결이 “앞으로 1년 안에 많은 주목을 끌 대체 기술을 보유한 기업가들의 길을 열어준다”고 말했다. MS 분할의 결과는 비교적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지만 이미 느낄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투자가들은 투자대상 기업의 사업계획서를 볼 때 MS의 다음 행보에 비추어 MS에 방해가 되지 않는지부터 걱정했다. 직원 11명을 둔 벤처기업 비라론社의 알렉스 에델스타인은 이제는 이런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계획을 본 사람 중에 MS의 위협 문제를 꺼낸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물론 MS 분할 이후 컴퓨터 업계의 판도를 바라보는 시각은 아주 다양하다. 지난 주말께는 MS 분할 판결에 대한 한 가지 공감대가 형성됐다. 바로 이제 그 문제는 접어두자는 것이다. 실리콘 밸리의 움직임을 관망하던 폴 사포는 “이제 다음 단계로 나아갔다. 전체적인 효과는 벌써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메이필드 펀드社의 벤처투자가 재니스 로버츠는 “MS 분할에 신경쓰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MS가 분할되든지 말든지 상관이 없다는 점이 현재로서는 가장 무시무시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