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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의 재미있는 자연 이야기 ⑫ 수수께끼 동물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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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쇼리아산의 아자스카야 동굴에서 설인(雪人)이 살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를 수집했다.”

지난 10일 러시아 케메로보주(州) 당국이 전격 발표한 내용이다. 미국·캐나다 등 각국에서 온 연구자들이 발자국과 털, 영역 표시 자국 같은 ‘부인할 수 없는 증거’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케메로보는 시베리아 중남부에 위치한 한적한 지방이다.

그런데 과학계의 시선은 싸늘하다. 아마추어 연구자들에 의해 단 이틀 동안 진행된 이 조사결과를 그대로 믿을 수는 없다는 거다. 과학적 분석도 없이 발표부터 했다는 지적이다. 설인 ‘예티(Yeti)’가 이 지역에 살고 있다는 소문을 내 관광자원으로 삼겠다는 주정부의 의도가 깔려있다고 의심하는 것이다.

설인 예티는 히말라야 주민들 사이에 전해지는 ‘사나운 털북숭이 괴물’ 전설에 바탕을 두고 있다. 1920년대부터 등반가들이 히말라야에서 이따금씩 유인원과 비슷하게 생긴 예티를 목격했다고 했지만 확실한 증거는 찾지 못했다. 1951년 해발 6000m 지점에서 예티의 발자국(사진1)이 발견된 이래 2007년 11월에 미국 TV방송팀이 에베레스트산 인근 쿰부 빙하지대에서 30cm 크기의 발자국을, 2008년 10월에는 일본 탐사대가 20cm 길이의 발자국을 찾아냈다. 하지만 더 확실한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 그래서 곰이나 원숭이, 혹은 야생에서 외톨이로 숨어사는 사람을 잘 못 본 것 아니냐는 추측이 따라다녔다. 그래서 예티의 존재는 한 세기에 걸친 수수께끼로 여전히 남아 있다.

세계 곳곳에는 예티처럼 옛부터 전해오는 수수께끼 동물이 적지 않다. 북아메리카에도 빅풋(Bigfoot,사진2) 또는 새스콰치라 불리는 털 달린 괴물이 살고 있다는 목격담이 전해진다.

괴물의 대표는 영국 스코틀랜드의 네스호(湖)에 살고 있다는 네시(Nessie,사진3)다. 긴 목을 가진 공룡이 유유히 호수를 헤엄치고 다닌다는 네시의 전설은 6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2003년 영국 BBC 제작팀은 음파탐지기를 이용해 네스호의 구석구석을 뒤졌지만 네시의 존재를 발견하지 못했다. 지난 7월 백두산 천지에서는 뿔이 달린 괴물이 떠 있는 장면이 촬영됐다고 중국 언론이 보도했다. 하지만 한국의 역사기행 답사단 일행 6명이 탄 고무보트를 괴물로 오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구상에는 870만종의 생물이 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밝혀진 것은 120만종에 불과하다. 지구 구석구석을 뒤지면 우리가 몰랐던 수많은 생물이 확인될 것이다. 하지만 ‘신비동물학(cryptozoology)’이란 이름 아래 수수께끼의 동물을 연구하는 것은 사이비과학(pseudoscience)으로 평가절하된다. 과학적 사실에 바탕을 두기보다는 허황된 전설에 매달리기 때문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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