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물가지수 … 금반지 빼고 수입차 넣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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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11월부터는 금반지 값이 아무리 올라도 소비자물가지수를 끌어올리지 못한다. 통계청이 소비자물가지수를 개편해 11월부터 반영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새 지수는 12월 초에 발표될 예정이다. 물가지수 개편은 5년마다 정기적으로 이뤄진다. 국민 소비 패턴이나 기술 발전 등을 감안해 조사 품목과 가중치 등을 재조정한다.

 새 소비자물가지수에서는 금반지와 비디오 대여료, 한복 맞춤 비용, 자판기 커피값 등 20여 품목이 빠질 예정이다. 유선전화·공중전화통화료·전자사전·캠코더 등도 물가 조사에 포함되지 않는다. 주로 소비자들의 장바구니에서 멀어진 제품들이다. 금반지는 금값이 오르며 더 이상 돌 선물로 널리 쓰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전자사전은 스마트폰 때문에 이용자가 줄어든 게 이유다. 한복 맞춤 비용은 한복 대여 비용으로 대체되고, 자판기 커피값을 물가 조사에서 빼는 대신 커피전문점 커피의 가중치가 높아지게 된다.

 대신 새로 40여 개가 들어갈 예정이다. 수입승용차, 밑반찬, 식당 막걸리값과 스마트폰 이용료, 삼각김밥 가격이 유력 후보다. 가중치도 조정된다. 특히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의 가중치가 5% 안팎 내려갈 전망이다. 국민 소득이 전반적으로 올라가 식료품비가 전체 소비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떨어졌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14.04%인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의 가중치는 13% 초반으로 떨어지게 된다. 대신 전셋값, 교육비, 보건의료비 등의 품목 가중치가 큰 폭으로 상향 조정된다는 것이 통계청 측 설명이다.

 품목별 조사 규격도 달라진다. 지금은 물가지수에 300g짜리 사과값이 들어가지만 앞으로는 270g짜리 사과값을 조사하는 식이다. 통계청은 또 35㎝가 기준인 고등어, 20㎝가 기준인 조기도 조사 기준 규격을 10~20% 정도 줄이기로 했다.

 통계청은 원래 12월 물가 조사 때부터 반영할 예정이었던 새 물가지수를 한 달 앞당겨 반영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지수 조정을 통해 물가가 안정된 듯한 착시 효과를 노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수 개편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돼 개편을 한 달 앞당겼을 뿐”이라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물가지수 탈락·추가 품목

■탈락: 금반지·유선전화기·전자사전·공중전화·영상매체 대여료·가자미(외식)·한복 맞춤료·자판기 커피

■추가: 브로치 등 장신구·수입승용차·밑반찬(제조)

■통합: 남자 코트+재킷→외투, 녹차+보리차→차, 북어+북어채→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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