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팟 매출 최고일 때 잡스 아이폰 개발 착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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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2001년 10월 23일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무대에 섰다. “이 놀랍고 자그마한 기기에 1000곡의 노래가 담겨 있습니다.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군요.” 디지털 음악 플레이어 ‘아이팟’(사진)을 공개한 신제품 발표회였다. 애플을 컴퓨터 제조업체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 기업으로 탈바꿈시킨 혁명적 기기 ‘아이팟’이 탄생 10년을 맞았다. 테크크런치 등 정보기술(IT) 매체들은 “만약 아이팟이 실패했다면 애플은 일부 전문가만 열광하는 컴퓨터 업체에 머물렀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이팟은 우리가 음악을 듣는 방식에 획기적 변화를 가져왔고 스마트폰의 대명사가 된 아이폰을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24일 발간된 전기 『스티브 잡스』에 따르면 잡스는 아이팟 매출이 천정부지로 치솟던 2005년 역설적으로 위기감을 느꼈다. 전체 수익의 45%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커지자 오히려 휴대전화 시장이 아이팟을 잠식할까 우려했다. 모토로라의 휴대전화 ‘레이저’에 아이팟을 탑재했으나 외관도, 기능도 형편없자 직접 개발을 시도한 게 아이폰으로 이어졌다. 잡스는 그때의 패인(敗因)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콘텐트를 각 회사가 조잡하게 조합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IT 생태계를 직접 구축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잡스는 유달리 회의를 많이 했다. 애플의 중요한 강점이 디자인·하드웨어·소프트웨어·콘텐트를 아우르는 제품 전체의 ‘통합성’에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깊은 협력’과 ‘동시 공정’을 키워드로 모든 부서가 동시에 협력해 일하는 조직으로 꾸리고자 했다.

 경쟁자와 동료들에 대한 솔직한 평가도 흥미를 끈다. 잡스는 30년 넘게 경쟁하고 협력해온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에 대해 “제품과 관련해 마땅히 가져야 할 야망을 품지 않았다. 게이츠에게는 사업에서 승리하는 것이 훌륭한 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했다”고 평했다.

 CEO 자리를 물려준 팀 쿡에 대해서는 협상을 잘한다고 칭찬하면서도 “하지만 쿡은 기본적으로 제품을 만드는 친구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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