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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파산 직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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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곳간이 바닥나고 있다. 23일 법무부와 검찰에 따르면 대검 중수부는 올해 책정된 수사비가 바닥 나 지난 9월 법무부에 예비비를 요청했다. 식대 외상값도 밀려있다고 한다. 1990년대만 해도 일선 지검·지청에 특수수사비를 내려보냈던 중수부의 처지가 말이 아니다. 올해 들어 대규모 장기수사로 수사비 지출이 크게 늘어난 반면 예산은 대폭 삭감된 탓이다.

3월부터 시작한 부산저축은행그룹 비리 수사에 150여 명에 달하는 수사인력이 투입됐고, 검찰이 소환한 피의자·참고인은 연인원 1000여 명에 달한다. 수많은 인원이 새벽까지 일하다 보니 밥값에 교통비까지 감당이 안 됐다는 게 검찰 측 전언이다. 중수부 관계자는 “1인당 식대가 5000원으로 책정돼 있는데 서초동 인근에서 이 돈으로 한 끼 식사를 때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며 “식사를 거르겠다는 참고인이 반가울 지경”이라고 털어놓았다.

 중수부가 8월 한상대 검찰총장 취임 이후 제일 먼저 요청한 것도 수사비 지원이었다. 한 검찰 간부는 “과거에는 밥값과 목욕비만 있으면 하는 장사가 조폭과 검찰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는데 이 많은 인원이 전국을 떠돌며 수사하다 보니 이조차 만만치 않았다”고 말했다. 중수부는 법무부에 예비비를 신청했지만 기획재정부가 난색을 표하면서 한 달 넘게 지급되지 않고 있다.

 중수부가 수사비에 목을 매는 것은 첩보수집, 압수수색 등 보안을 요하는 수사를 진행하는데 영수증을 일일이 증빙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이 같은 ‘묻지마 비용’을 검찰총장의 특수활동비로 보전했지만 최근 특수활동비가 대폭 삭감되면서 주머니가 얇아진 것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돈이 없어 수사를 못한다”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한 검찰 관계자는 “대검 중수부장이 쓸 수 있는 수사비는 특수활동비 3억원에 신용카드 3000만원 정도”라며 “대규모 인력이 동원되고 보안이 필요한 수사 활동을 하려면 일일이 증빙서류를 제출하는 예산으로는 충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수활동비는 기획재정부의 ‘예산 및 기금 운영계획 지침’에 따라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수사활동 경비로 예산에 편성된다.

영수증 증빙이 필요 없어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등 첩보수집 및 수사를 맡는 정부기관들이 사용한다. 연간 편성되는 특수활동비 규모는 약 1조원. 그러나 회식비, 접대비나 격려금 등으로 ‘쌈짓돈’처럼 쓰이는 데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면서 매년 삭감되고 있다.

 검찰 특수활동비도 지난 2년 새 30억원 깎였다. 2009년 203억원이었던 검찰 특수활동비는 2010년 183억원, 올해는 173억원으로 줄었다. 173억원의 검찰 특수활동비 가운데 150억원가량은 일선 검찰에 배당되며, 나머지 20억원가량을 검찰총장이 집행한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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