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네거티브? 유권자는 더 많은 걸 알고 싶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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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호 02면

서울시장 선거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와 야당들이 연합해 밀고 있는 무소속 박원순 후보 간의 공방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두 후보의 재산·병역·학력은 물론 가족관계·과거 경력·국가관·가치관 등 모든 게 검증대 위에 올라 있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공격을 받는 건 박원순 후보 쪽이다. 박 후보는 재야 시민단체의 대표적인 활동가지만 몇 차례 선거에 나왔던 나 후보와는 달리 개인적 삶에 대해선 공개된 게 거의 없기 때문이다. 언론의 취재와 한나라당의 비판에 대해 박 후보 측은 “색깔론”이라거나 “구태의연한 네거티브 공세”라며 반발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 주장이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 물론 경쟁자에 대해 허위 사실을 퍼뜨리거나 사실 관계를 교묘히 조합해 유권자를 호도하는 건 비난 받아 마땅하다. 예를 들어 지지난 대선 때 등장했던 ‘의인 김대업’ 같은 경우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진행 중인 두 후보에 대한 검증은 네거티브와는 거리가 멀다. 마땅히 해야 할 질문이고 문제 제기다.
이를 통해 밝혀진 게 적지 않다. 우선 박원순 후보가 베풀어왔던 수많은 ‘선행(善行)’이 대기업들로부터 1000억원에 육박하는 협찬을 받아 이뤄졌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에 대한 평가는 유권자가 할 것이다. 하지만 정치인 낙선운동을 벌이고 대기업들에 대해 비수 같은 공격을 폈던 시민운동가 박원순에게 대기업들이 과연 자발적이고 순수한 취지로 그 막대한 기부금을 줬을지 당연히 의문이 간다. 대기업 사외이사를 맡아 5억원의 ‘보수’를 받은 것도 유사한 대목이다. 빚이 3억7000만원이나 있다면서 강남의 61평대 아파트에서 월세를 살고, 그 이유가 “책이 많아 공간이 필요해서”라는 해명 역시 상식에 반한다. 한마디로 말해 정치인 박원순으로부터는 시민운동가 박원순의 ‘아우라(aura)’를 찾기 어렵다. 이 과정에서 시민운동의 숨겨진 얼굴이 드러났는데, 우리 사회가 더 투명하고, 건강해지기 위해선 오히려 잘된 일이다.

나경원 후보도 마찬가지다. 정말로 연회비가 1억원이나 되는 피부클리닉에 다녔다면 공익을 대표하는 자리에는 나서지 않는 게 맞다. 부친이 소유한 중·고교 교사들로부터 후원금을 받는 것도 법적 문제가 없었더라도 부끄러운 얘기다. 대기업이 박 후보에게 준 기부금이나, 교사들이 나 후보에게 준 후원금이나 다 울며 겨자 먹기였을 게 뻔하지 않은가. 예산이 20조가 넘는 서울시의 수장이 되려는 사람들에 대해 유권자는 모든 걸 알 권리가 있다. 나 후보와 박 후보는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들을 낱낱이 해명하라. “네거티브다”라고 외치며 슬쩍 넘어가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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