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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지면 박근혜 전면 나서고 박원순 지면 야권은 대혼란 시작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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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호 07면

지난 13일 10·26 재·보궐 선거 공식 첫 유세 지원에 나선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왼쪽)와 8월 25일 수원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열린 청춘콘서트에 참석한 안철수 서울대 교수. [중앙포토]

“한나라당, 당명부터 바꾸자” 주장 나와
여야 어느 쪽도 패배는 치명상이다. 특히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가 야권 박원순 후보에게 지면 ‘안철수 바람’이란 정치 실험이 먹혔다는 의미가 부각된다. 시민세력이 제3의 정당을 창당하느냐와 관계없이 당장 여·야당엔 기성 정치 패턴을 바꾸라는 압력이 커진다. 총선을 앞둔 한나라당과 민주당에선 정치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책임론의 목소리는 정치권 지각변동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패배 땐 치명상, 서울시장 선거 후 시나리오

한나라당에선 선거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당명까지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번 선거 여론조사에서 박원순 후보를 지지한 이유를 묻자 “한나라당 후보가 아니어서”란 답변이 많았다는 것이다. 당명과 당 지도부를 바꾸자는 주장이 벌써부터 나온다.

당 내에선 “결국 박근혜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 당을 수습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많다. 정두언 여의도연구소장은 “선거에 지면 최대한 빨리 내년 총선을 위한 선거대책위 체제로 가야 하며 선대위에서 총선 공천권을 행사해야 한다. 박근혜 선대위가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문제는 시장 선거에 질 경우 박 전 대표가 입을 정치적 타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박 전 대표는 지난 13일부터 10일간 선거전에 올인했다. 6일 동안 서울의 지역 유세에 매달렸다. 막상 선거전엔 직접 뛰지도 않은 안철수 서울대 교수에게 졌다면 상처가 크다. 당내엔 이미 “박 전 대표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 나돈다.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엔 가속도가 붙게 된다. 이재오 전 특임장관은 내곡동 사저 문제가 터진 뒤 트위터에서 “대통령을 잘못 보필한 책임을 누군가 져야 한다”면서 임태희 대통령실장을 겨냥했다. 선거가 끝나면 당·청 간 책임론 속에 청와대 전면 개편론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있다.

한나라당의 ‘대패’(大敗)와 ‘석패’(惜敗)를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정권 말의 힘든 선거전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어슷비슷하게 따라간 것 자체가 사실상 선거 승리란 것이다. 친박근혜 쪽 수도권 재선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지는 게 내년 총선엔 약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이 공천 개혁을 할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기고 유권자의 스윙 투표 심리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이겨도 져도 모두 불편
나경원 후보의 패배는 민주당에도 많은 고민을 던지게 된다. 박원순 후보의 승리는 일차적으로 안철수의 승리다. 선거 승리를 위해 열심히 뛴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비칠 까닭이 없다. 시민단체와 정당 밖 세력의 정치참여 요구는 거세질 테고 국민참여당·민주노동당 등 범야권 정당과의 교통정리 방정식은 더 복잡해진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정치학)는 “이번 선거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유권자는 지역을 넘어 새로운 지지 기반을 찾아가고 있다”며 “기존 정당의 기반이 무너지는 유권자의 재편성이 일어나면 정당 개편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통 보수를 내건 사람들이 별도 정당을 만들거나 민주당이 국민참여당이나 친노 세력을 포함하는 더 큰 당에 포함되는 방식을 생각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무소속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패배는 야권 대혼란의 시작이다. 이기는 게 ‘당연한’ 선거를 내준 양상이어서 후유증의 상처는 더욱 깊다.

우선 안철수 바람의 타격으로 연결된다. 시민사회 진영의 정치 참여는 위축된다. 그러나 안 교수에 대한 주목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손 대표, 문 이사장 등 선거에 올인한 대선 주자들과 달리 소극적 지지에 머문 안 교수가 입을 상처는 크지 않다”며 “안 교수에 대한 희소가치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후보도 내지 못한 제1 야당이 시민단체 후보를 밀었는데 그마저 졌다면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처지가 옹색해진다. 그는 이미 1박2일 사퇴했다가 철회했다. 손 대표는 철회 직후 박 후보 지원에 올인했다. 진다면 ‘양자(養子)’를 밀다가 지는 두 번째 패배다. 그가 대표직을 물러난다면 당은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내에선 이미 호남권 의원을 중심으로 박 후보를 지원하는 데 불편한 기색이 있었다. 내년 총선·대선에서 시민단체 진영이 요구하면 공천도 양보하고 대권주자도 양보할 것이냐는 반발이다. 선거에 지면 민주당 진로를 놓고 내부 갈등이 깊어진다.

문재인 이사장은 서울시장 선거에선 한발 비껴나 있다. 그에겐 부산 동구청장 선거가 더 중요하다. 그가 부산 선거에서 이기면 한나라당 일색의 부산·경남(PK)에서 그의 위상이 강화된다. 그가 참여하는 친노 기반 모임이 힘을 받고 야권 통합의 주도권을 쥐는 양상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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