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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은 이제 ‘스마트 특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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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서울 명동의 복합쇼핑몰 눈스퀘어를 찾은 A씨. 입구에 설치된 ‘오늘의 가맹점 할인 쿠폰’ 포스터에 스마트폰을 대니 쿠폰이 자동 저장된다. 청바지·운동화 같은 물건을 고른 뒤 계산대에서 스마트폰에 내장된 모바일카드로 결제한다. 입구에서 내려받은 쿠폰 덕분에 2000원 할인 혜택을 받는다. 근처 커피숍에서도 A씨는 모바일카드로 결제하고, 통신업체 모바일 멤버십 카드로 할인받고, 모바일 스탬프를 내려받는다. 스탬프를 한 번만 더 내려받으면 커피가 무료임을 알리는 메시지가 자동으로 스마트폰에 뜬다.

 근거리무선통신(NFC)을 이용한 생활상이다. 조만간 명동에서 이 같은 풍경을 자주 보게 될 듯하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은 다음달 10일 명동 중심부를 ‘NFC 존’으로 선포한다. 이를 위해 명동 ‘십자거리’ 대로변의 100여 개 상점에 NFC 결제기를 설치 중이다. NFC칩이 장착된 휴대전화 사용자라면 누구나 A씨처럼 포스터에서 무료 쿠폰을 내려받고 모바일 결제를 할 수 있게 된다.

 NFC 존 설치의 실무 주체는 3개 이동통신사와 9개 신용카드사, 3개 부가가치통신망(VAN) 업체다. 각 업체 대표들이 NFC 존 설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한 건 지난 6월. 애초 10월 초순에 선포식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관계사 간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아 한 달 정도 연기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NFC 활성화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방통위의 홍진배 인터넷정책과장은 “올해 안으로 전국에 30만 개의 NFC 가맹점을 구축하고 500만 대의 NFC폰을 보급할 계획”이라며 “내년부턴 NFC 서비스 사용자가 부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NFC 칩이 기본 탑재된 삼성전자 갤럭시S2가 국내에서 400만 대 가까이 팔린 것도 이 서비스 대중화에 희소식이다. 아울러 올 하반기 이후 출시된 삼성전자와 LG전자, 팬택이 만든 모든 스마트폰엔 NFC 칩이 기본 탑재돼 있다.

 양현미 KT 통합고객전략본부장도 “올해가 NFC 부흥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갑 속에 각종 신용카드와 멤버십 카드들을 잔뜩 넣고 다니던 풍경은 사라지고 대부분의 카드가 스마트폰 안으로 들어갈 것이라 예상했다. 양 본부장은 “휴대전화 사용자 가운데 절반 정도가 1년 안에 휴대전화를 교체하는 만큼 2014년 정도면 모든 국민이 NFC 칩이 들어간 휴대전화를 갖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명동 시범사업 이후 메가박스·씨너스 같은 복합상영관이 NFC 서비스에 동참하고, 계획대로 내년 전국의 모든 BC카드 가맹점에 전용 결제기가 설치되면 사용자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NFC는 결제뿐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활용 가능하다. 예를 들어 병원에선 환자들이 자신의 진료 기록을 휴대전화에 내려받아 상급 병원 시스템에 직접 올릴 수 있다. 국방부·우체국 등에서도 NFC를 활용한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NFC 관련 기술과 서비스는 해외 수출 가능성도 높다. 해외에서도 이제 막 태동 중인 영역이기 때문이다. 양 본부장은 “일본의 경우 자국 내에서만 통하는 ‘펠리카’라는 인프라를 깔았다가 지난해에서야 NFC로 돌아섰다”며 “NFC 성공 모델을 우리가 만들지 않으면 2억 앱스토어 이용자의 신용카드 계정을 보유한 애플이 선수를 칠 수 있다”고 말했다.

심재우 기자

◆근거리무선통신(NFC, Near Field Communication)=13.56㎒의 주파수 대역을 사용해 약 10㎝ 거리에서 기기 간 데이터를 전송하는 기술방식이다. 읽기만 가능했던 기존 RFID(무선인식)와 달리 쌍방향으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고 읽기와 쓰기가 모두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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