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경제 view &] 송산 유니버설 파크 이대로 둘건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2면

황 수
GE코리아 사장

얼마 전 주말에 중국인 관광객들이 서울의 한 유명 엔터테인먼트 회사 앞에서 사진 찍는 모습을 우연히 보았다. 최근 높아진 K팝의 인기를 반영한 듯 중국 국경절을 맞아 한국을 찾은 대규모 중국인 관광객을 위해 준비된 관광 코스로 보였다. 일견 흐뭇했지만 기업인으로서 약간의 의문도 들었다. 과연 우리나라가 중국인에게 계속 인기를 끌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었다.

 중국인 여행객이 들르는 코스는 대개 국립박물관·경복궁·한옥마을·남산타워·청계천 등으로 이뤄져 있다. 경복궁은 한국 고유의 아름다움을 담고 있지만 베이징(北京) 자금성의 어마어마한 규모에 익숙한 중국인의 입장에선 그리 대단한 관광지로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그뿐이 아니다. 숙박시설 부족은 정말 심각하다. 서울은 묵을 곳이 모자라고, 있더라도 비싸 중국인 관광객은 경기도의 숙박시설을 이용하고 다시 서울로 올라와 관광을 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일정이 몹시 불편하다는 게 중국인 관광객의 불평이다. 그래서인지 한국을 방문한 중국 관광객은 대부분 다시 방문할 의사가 많지 않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다고 한다. 중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 제주도 역시 마찬가지다. 특별자치도로 지정된 뒤 상당한 투자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국경절에 쏟아져 들어온 중국 관광객 수만 명을 수용할 숙박시설이 부족해 애를 먹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골목을 나서는데 싱가포르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알리는 시내버스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문득 2007년부터 추진된 경기도 화성의 송산 유니버설 테마파크 사업이 뇌리에 떠올랐다. 당초 2012년 완공 예정이었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차일피일 늦춰지고 있는 사업이다. 일정대로 차질 없이 진행돼 내년에 개장할 수 있었다면 싱가포르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아니라 우리나라 송산 유니버설 테마파크 개장을 알리는 관광상품 광고를 접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정부 관련 부처와 해당 공기업이 국가의 장기적 이익 차원에서 송산 유니버설 테마파크와 같은 대형 관광 인프라 구축 사업을 지체 없이 진행했더라면 내년부터 중국 관광객들의 숙박과 관광·쇼핑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대규모 호텔과 쇼핑·위락시설이 들어서는 동북아 최대의 글로벌 테마파크 건설 프로젝트이기에 수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만성적 여행수지 적자 감소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지지부진한 송산 유니버설 테마파크와 대비되는 게 마카오의 사례다. 마카오는 2002년 미국 라스베이거스 카지노를 자국에 짓겠다고 정책을 발표한 뒤 별다른 차질 없이 예정대로 진행해 2007년 개장했다. 이후 마카오는 중국과 동남아는 물론 한국인 관광객까지 그러모아 천문학적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송산 유니버설 테마파크에서 보듯 우리가 추진 논의만 거듭하고 있는 사이 이웃 경쟁국에서는 국가적 차원에서 인접국 관광객 유치 사업을 계획하고 실행·완성한 것이다. 그러고는 한국인 관광객마저 자국으로 끌어들여 막대한 돈을 벌고 있다.

 GE도 개별 사업부마다 나름대로 이유를 내세우며 회사의 큰 성장을 일으킬 사업 계획과 아이디어를 사장시킨 경우가 있었다. 제프리 이멜트 회장은 이런 식의 낭비를 방지하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살리기 위해 회장 직속으로 커머셜 카운슬이라는 조직을 신설, 운영해오고 있다.

 각 사업부 소속의 최고 마케팅 책임자와 사업부 리더가 참석한 가운데 회장이 직접 사업부의 아이디어를 평가하고 아이디어 실현과 추진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해줌으로써 자칫 묻혀버릴 수도 있는 아이디어를 살려 회사의 성장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중단되거나 지지부진한 주요 사업을 재점검하고, 국가 발전과 성장을 위한 좋은 아이디어의 실행을 대통령이 직접 약속하고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한국을 찾은 200만 명의 중국 관광객이 내년에는 더욱 늘어나 한국에서 오랫동안 머물며 돈을 쓸 수 있도록 대통령이 리더십을 발휘해 한국의 관광 인프라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찾아오는 해외 관광객이 가장 많은 나라다. 그런 나라의 국민을 한국으로 끌어들이는 관광 인프라 개선사업은 21세기 한국의 대표적 고부가가치 성장 산업임을 다시금 상기해야 할 때다. 21세기 국가 성장발전과 해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새로운 관광시설과 상품 개발도 매우 중요하지만 한편으론 답보 상태에 있는 사업을 하루빨리 정상화 궤도에 올리도록 역량을 집중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황 수 GE코리아 사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