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피난 '유토피아' 세운다

중앙일보

입력

숀 해스팅스(32)라는 미국의 인터넷 사업가가 세계 최초의 '데이터 피난처' 설립을 추진중이다.

그는 영국 동부 해안에서 약 10㎞ 떨어진 시랜드라는 섬에서 '헤이븐코(Havenco)' 라는 기업을 만들어 국가의 간섭에서 벗어나 컴퓨터 통신이나 인터넷 사업을 하고 싶은 개인 및 기업을 유치할 계획이다.

뉴욕타임스와 영국의 일간지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세계 2차대전 당시 요새였던 시랜드는 퇴역한 영국 소령 로이 베이츠(78)가 1968년부터 점유, 자신의 공국(公國)으로 칭하고 있는 곳이다.

75년 독립을 선포한 뒤 자체 헌법과 통화제도를 도입했으며, 무장 경호원에 레이더 방어 시스템까지 갖춰놓고 있다.

'당신의 나라를 설립하는 방법' 이라는 책자를 통해 시랜드 이야기에 접한 해스팅스는 베이츠와 재정적 협약을 맺고 시랜드에 초고속 인터넷망을 갖춘 데이터 대피소를 구축키로 했다.

회계 정보를 숨기고 싶은 기업이나 e-메일 내용을 공개하고 싶지 않은 개인에게 이를 대여한다는 구상이다.

물론 그의 구상이 계획대로 실현될 지는 아직 미지수다. 컴퓨터 보안 전문가들은 보안이 완벽하게 유지되는 컴퓨터 시스템이란 사실상 불가능하며, e-메일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한쪽만 보호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고 설명한다.

그동안 시랜드에 별로 신경쓰지 않던 영국 정부도 만약 시랜드가 돈세탁.도박.세금 도피 장소로 쓰인다면 가만있지 않을 것이란 얘기도 있다.

그러나 해스팅스는 수주일내 서비스를 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그는 ▶스팸메일 발송 ▶다른 컴퓨터 시스템에 대한 해킹 ▶유아 포르노 매매 등의 서비스는 절대로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기 때문에 영국 정부가 막을 이유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벌써 발전 설비, 수백대의 서버 컴퓨터는 물론 만약의 봉쇄 사태에 대비, 1년치 식량과 연료까지 비축해놓은 상태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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