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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오바마 “FTA가 일자리 늘린다” 노조에 러브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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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호 05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한국은 미국에 파는 만큼 (미국 상품을) 사야 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미국을 국빈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과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 있는 제너럴모터스(GM) 자동차공장을 방문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연설을 통해 “미국 사람이 현대·기아차를 산다면 한국인도 미국에서 만들어진 포드·크라이슬러·쉐보레를 사야 한다”며 “이것이 균형무역”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언급은 내년 선거를 앞두고 한·미 간 자동차 수출 불균형을 지적해 온 반대파의 비판을 누그러뜨리고, 자동차 노조를 달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미국차의 점유율은 2003년 16%에서 올 9월 7%까지 떨어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미국 경제의 회복과 여전히 9%를 넘는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한·미 FTA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수출액이 100억 달러 증가할 때마다 수천 개의 일자리가 늘어난다”며 “이 협정으로 미국에서 7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도시 디트로이트로 날아간 한·미 정상

미 프로야구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모자를 쓰고 등장한 이 대통령도 한·미 FTA가 양국의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 공장에서 GM코리아의 쉐보레와 똑같은 모델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미국의 GM과 한국의 GM이 합작해 이 모델을 만들었기 때문에 특별한 의미가 있고, 그래서 이 자리에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왔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분 중에 FTA 때문에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며 “FTA는 여러분의 일자리를 지키고 더 많이 만들어낼 것이라는 약속을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국 정상이 비행기로 1시간20분 거리인 디트로이트까지 날아간 이유는 GM 공장이 갖고 있는 상징성 때문이다. GM은 외환위기 이후 법정관리에 들어간 한국의 대우자동차에 투자했지만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의 여파로 파산위기에 몰렸다. 이듬해 노조가 임금을 40% 삭감하고 이 돈으로 GM코리아 부평공장에서 개발한 소형차 생산설비를 깔았다. 이 차가 ‘소닉(한국명 아베오)’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양국 간 경제관계가 밀접해질수록 이처럼 ‘윈-윈’ 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디트로이트는 미국의 대표적인 자동차 생산도시다. 한·미 FTA로 미국이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됐던 분야가 바로 자동차 산업이다. 강력한 힘을 가진 자동차 노조를 중심으로 한·미 FTA에 대한 반대가 가장 심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후보 시절이던 2008년 당시 부시 행정부가 추진하던 한·미 FTA에 대해 “이대로 발효되면 미국 노동자들이 큰 손해를 본다”고 비판했으며 취임 후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자동차 분야에 대한 재협상을 얻어낸 뒤에야 FTA 지지로 돌아섰다. 이에 대해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디트로이트행 에어포스원(대통령 전용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바마 대통령은 집권 초기 FTA 협상을 중단하려 했던 것을 깊이 후회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미국을 포함해 45개국과 FTA를 맺었다. 캐나다·터키 등 12개국과는 협상이 진행 중이다. 현재 한국이 FTA를 체결한 국가의 GDP 규모는 전 세계 GDP의 60% 수준이다. 칠레(87%)나 멕시코(71%)보다는 낮지만 아시아의 대표적인 무역항인 싱가포르(51%)는 물론 일본·중국(각각 17%)보다 높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을 비롯한 10개 국책연구기관은 최근 한·미 FTA로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앞으로 10년간 최대 5.66%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연평균 27억 달러의 무역흑자가 늘어난다는 추산도 내놨다. 또 관세 철폐에 따라 국내 소비자는 단기적으로 5억 달러, 장기적으로는 321억 달러의 이익을 본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산 와인은 15%, 체리 24%, 아몬드는 8%가량 가격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노동연구원은 앞으로 10년간 취업자가 35만 명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자동차 부품이 대표적인 수혜 분야로 꼽힌다. 한·미 FTA 발효 즉시 관세(최대 4%)가 철폐된다. 완성차는 미국 측의 수입관세(2.5%)가 5년 후부터 없어지고 미국에서 팔리는 한국차의 약 55%는 현지 생산 물량이어서 당장 큰 혜택은 없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미국시장에서 경쟁자인 일본차에 대한 가격 경쟁력이 강화될 전망이다. 오자와 사토시 도요타 부사장은 “한국과 FTA를 맺은 국가의 자동차 판매대수는 연간 4000만 대인데 일본은 800만 대뿐”이라며 “엔고에다 통상정책에서도 한국과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내 소비자들은 미국산 차의 관세가 내년부터 4년간 4%로 낮아지고 2016년부터는 없어지는 만큼 지금보다 싼 값에 살 수 있을 전망이다. 미국산 차량부품의 관세(8%)도 사라져 유지비용도 적게 든다. 국내에서 미국차는 독일 등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 농업과 축산업 등은 피해가 우려된다. 정부는 올 8월 농어촌 지원 규모를 1조원 늘리고 축산 분야에 올해부터 10년간 10조원을 추가 지원하는 등 총 27조원을 피해산업 지원에 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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