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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 핵심은 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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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걸쭉한 호박 수프, 한국식 무와 쌀로 만든 샐러드, 한국과 미국산 배를 배합해 만든 초콜릿 케이크, 만찬장으로 향하는 복도를 장식한 히비스커스(무궁화꽃의 일종)와 한국 국화(菊花)….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13일 밤(현지시간) 열린 국빈 만찬의 키워드는 ‘코리아’였다. 만찬장의 연주자로는 한국에서 태어나 줄리아드음대에서 공부한 안 트리오가 초대됐으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는 직접 백악관 키친가든(앞뜰에 가꾼 채소밭)에서 딴 호박·채소·허브를 음식 재료로 썼다. 미셸이 입은 자주색 드레스는 한국계 미국인 디자이너인 정두리씨가 디자인했다.

 이날 만찬의 백미는 ‘정(情)’이라는 한국말이 곁들여진 오바마 대통령의 만찬사였다. 이날 오바마는 만찬사에서 ‘정’이라는 한국말을 모두 다섯 차례나 언급하며 이를 강조했다. 그는 “한·미동맹의 핵심은 아주 한국적 개념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그건 바로 시간이 갈수록 깊어지는 ‘정’”이라고 말했다. 또 “개인적으로 하와이에서 정을 경험했고, 이 정을 지난번 참전용사의 날, 한국전쟁 60주년 기념하는 날에 한국을 방문해 느꼈다”고 했다.

그는 “이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정’을 느낀다”며 “이 대통령의 인생 이야기, 가난에서 대통령이 되기까지의 얘기는 감동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왜 사람들이 이 대통령을 ‘불도저’라고 부르는지 알겠다”며 “그건 잠시도 멈추지 않기 때문”이라고 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오바마는 “(이 대통령은) 이 대통령과 한국의 성공은 교육과 근면이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면서 “이 대통령은 이를 한국어로 말했지만 이를 영어로 하자면 ‘예스, 위 캔(Yes, we can·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만찬에 참석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평화와 안전을 위해 헌신하는 한국의 아들”로, 이날 상원에서 인준안이 통과된 성 김 주한 미대사를 “첫 번째 코리안-아메리칸(한국계 미국인) 출신 대사”라고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내가 매우 존경하고, 좋아하는 친구와 같은 오바마 대통령”이라며 “특별한 느낌이 있다”고 화답했다. 그러곤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 교육에 대해 많이 얘기해서 한국 교사들이 오바마 대통령을 아주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건배를 제의할 때 이 대통령은 영어로 “I’d like to propose to toast. Cheers(아이드 라이크 투 프러포즈 투 토스트. 치얼스·건배를 제안한다. 건배)”,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말로 “건배”라며 서로 상대방 언어로 외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서로 배려해 상대방 언어로 건배를 외친 것이다.

 만찬장 헤드테이블에는 두 대통령 부부와 반 총장 부부,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한국계 배우 존 조, 미국 자동차 노조대표 로버트 킹 등이 앉았다. 메인 요리로는 텍사스 목장에서 공수된 와규(和牛) 쇠고기, 오렌지 생강 퐁듀, 단호박, 기름에 살짝 튀긴 케일이 제공됐다.

 220여 명이 참석한 만찬에는 미국 측에서 스티븐 보즈워스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 토머스 허버드 전 주한 미대사 등 한반도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했다. 또 올 1월 발생한 애리조나 총격사건 때 총상을 입은 개브리엘 기퍼즈 하원의원을 살린 한인 의사 피터 리, 버지니아주 하원의원 마크 김, C2 에듀케이션 프로그램을 설립한 데이비드 김, 강석희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시 시장 등 미국 사회에서 성공한 한인들이 초청됐다. 이 대통령의 둘째 딸인 승연씨도 눈에 띄었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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