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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1일 의약분업 앞두고 藥도 사재기 '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다음달 1일 의약분업 실시를 앞두고 일부 만성질환자들 사이에 전문의약품 사재기 붐이 일고 있다.

당뇨.혈압.위장약 등 만성질환자들이 장기복용하는 의약품 대부분이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있어 의약분업이 시작되면 구입할 때마다 병원을 찾아가 의사처방전을 받아가야 하는 불편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 종로5, 6가와 상계동, 대구 동산의료원 주변 등 전국의 대형약국가에 이달 초부터 독시사이클린.바이브라마이신 등의 항생제와 혈압.당뇨.위장약 등 자주 복용하는 전문의약품 매출이 평소의 2배까지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는 품귀현상을 빚는가 하면 처방전이 필요없는 일반의약품까지 덩달아 많이 사가는 기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대구 한 대형약국 盧모(42)약사는 "대표적인 혈압약인 테놀민, 당뇨 치료제인 휴물린N, 위궤양 치료제인 잔탁.큐란 등을 한꺼번에 1~3개월치씩 구입해가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고 말했다.

또한 낱개로는 안파는 곳이 많아 고객과 마찰도 빚어지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 김영환(42.회사원)씨는 "종로5가 한 약국에서 테놀민 1주일치를 달라고 했더니 '환자들이 너무 몰려 낱개로는 팔 수 없다' 고 해 한달치를 한꺼번에 구입했다" 고 말했다.

일반의약품까지 덩달아 다량 구입해가는 경우도 적지않다.

대전 D약국측은 "훼스탈 등 소화제나 후시딘.세레스톤지 등 외용연고 같은 일반의약품은 의약분업 이후에도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데 잘 모르고 사재기하는 사람이 있다" 고 말했다.

서울 강남의 崔모(35)약사는 "만성질환자는 의약분업이 시작되면 의사의 처방전 때문에 3~7일 단위로 병원과 약국을 오갈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만성질환자들이 그동안엔 1~2개월치씩 사놓고 복용해왔으나 의사들은 처방전 발급횟수에 따라 수익이 달라지기 때문에 '장기' 처방전을 발급해주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의사 처방전이 있어야 구입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은 위장약(잔탁 등).항생제(마이신). 해열진통제 일부(낙센).피부연고제(더마톱).전문약(심장.당뇨병).이뇨제(라식스).'혈압.호르몬제 등이다.

전체 의약품의 65%다. 소화제(가스활명수).감기약(화콜).해열진통제(게보린).파스. 소독약.드링크류(박카스).외용연고(후시딘).'영양제(우루사)등 나머지 35%는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다.

대구시 의사회의 한 관계자는 "일반인들이 의약분업 실시에 불안감을 느끼는 것 같다" 며 "그러나 자가진단을 통해 약을 오용하는 경우 병세를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반드시 의사의 처방을 받는 게 중요하다" 고 말했다.

이기원.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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