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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절친 정근우·이대호 ‘길고 짧은 건 대봐야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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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정근우(左), 이대호(右)

SK의 정근우(29)와 롯데의 이대호(29)가 한국시리즈 진출 길목에서 만났다.

 두 선수는 동갑내기 친구 사이다. 생애 첫 포스트시즌 맞대결 장소는 두 선수가 야구를 시작한 부산. 아마추어 시절 지역 라이벌 고등학교 선수로 경쟁했다. 각급 대표팀에 뽑혀 한솥밥을 먹으며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동안 누구보다 친한 사이가 됐다. 그러나 1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시작되는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에서 우정은 잠시 접어야 한다. 두 선수는 팀 공격의 첨병(정근우)과 해결사(이대호) 역할을 맡았다.

 두 선수는 겉모습만큼이나 야구 스타일도 다르다. 이대호는 키 1m94㎝, 몸무게 130㎏의 거구다. 반면 정근우는 1m72㎝·75㎏으로 야구선수로는 작은 편이다. 이대호는 힘있는 타격을 하는 홈런타자, 정근우는 빠른 발과 주루 센스를 가진 톱타자다.


 부산과 야구라는 공통점이 두 선수를 연결한다. 고교시절 이대호는 경남고 4번타자로, 정근우는 부산고 톱타자로 부산야구 라이벌 고교의 명예를 걸고 맞섰다. 이대호는 투수로 뛰면서도 힘을 앞세운 타격을 했다. 정근우는 빠른 발과 파이팅 넘치는 수비로 이름을 알렸다. 둘은 2000년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처음으로 같은 유니폼을 입었다. 이 대회에서 김태균(지바 롯데)과 추신수(클리블랜드)·정상호(SK) 등과 함께 우승을 일궈냈다.

 둘은 고향 구단 롯데에서 함께 뛰자고 의기투합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2001프로야구 신인지명회의가 운명을 갈랐다. 이대호는 2차 1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작은 체격 탓에 찾는 구단이 없던 정근우는 고려대에 진학했다. 대학 최고 내야수로 성장한 정근우는 4년 뒤 열린 2005 신인지명회의에서 롯데가 아닌 SK 유니폼을 입었다. 롯데가 정근우와 이원석(당시 광주 동성고)을 두고 고민하다 3루수가 필요해 이원석을 택했다.

 프로무대에서 롯데 4번타자로 입지를 굳힌 이대호를 향한 정근우의 추격이 시작됐다. 정근우는 2007년부터 4년 연속 타율 3할을 기록하며 ‘국내 최정상급 내야수’가 됐다. 올해 연봉 3억1000만원은 이대호가 보유하고 있는 역대 7년 차 최고연봉(2007년 3억2000만원)보다 1000만원 적은 액수다. 이대호 역시 2006년 트리플 크라운(홈런·타점·타율), 2010년 타격 7관왕의 기록을 세우며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 타자로 입지를 굳혔다.

 타자로서의 이미지는 이대호가 강력하다. 하지만 정근우에게는 이대호가 부러워하는 우승반지가 세 개(2007·2008·2010년)나 있다. 올해에는 KIA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최우수선수(MVP)에 오르며 자신감이 커졌다. 이대호로서는 우승반지를 얻기 위해서 친구 정근우를, 즉 SK를 넘어야 한다.

하남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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