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조현의 ‘여자는 왜’] 남자 헷갈리게 하는 알쏭달쏭한 Yes·No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4면

이젠 눈치껏 해석할 때도 됐건만 아직도 헷갈리는 그녀의 시그널. 소개팅을 거쳐 우여곡절 끝에 여친으로 업데이트된 그녀 S의 말 덫에 대한 후배 L의 고민이다. 식사 때 절반만 먹고도 배가 부르다며 수저를 놓는 정도는 L도 이해할 수 있다. 놀이공원 매표소 앞에서 “이걸 어떻게 타? 너무 떨려”라고 호들갑 떠는 건 귀여운 애교라고 생각한다. 그렇다. L도 남자 어린이들이 유치원에서 배워야 할 것은 모두 알아둔 셈이다. 그렇지만 쇼핑할 때 꽤나 열심히 만지작거리고도 “나 이거 필요 없거든. 나중에 딴 거나 선물해줘” 하고 잡아뗄 때는 이게 말 덫인지 진심인지 정말로 헷갈려 했다.

 한번은 S가 새로 산 구두를 L에게 봐 달라고 한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잘 어울린다는 모범답안을 내놓았는데, S의 반문은 줄기차게 이어졌다. “정말 괜찮으니까 솔직히 말해봐. 어울리지 않으면 지금이라도 교환하면 돼.” “그래? 그럼 교환할 수 있다니까 하는 말인데 디자인이 좀 촌스러워.” 그 순간 S의 안색에는 예고도 없이 개기일식이 닥쳐오고 그걸로 L은 얼음 데이트 쿠폰에 당첨됐다. 이 정도면 2주짜린가? 불쌍한 L, 그 놈의 말 덫에 또 걸리고 말다니.

 연애라도 할라치면 알 수 없는 여자의 말 덫에 남자는 갈피를 못 잡는다. 지뢰밭이다. 그걸 어떻게 피해가는지는 온전히 남자들의 몫이다. 수학 공식처럼 어떤 법칙이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불행히도 여자의 말 덫을 해석하는 피타고라스의 정리나 오일러의 공식 같은 건 없다. “여자의 ‘예스’와 ‘노’는 같은 것이다. 거기에 선을 긋는다는 것은 무모한 짓이다”고 세르반테스는 말했다. 그러니 여성들이여, 말 덫을 놓더라도 부디 최소한의 힌트라도 주시길. 약간의 측은지심이야말로 그대들의 연애를 빛나게 만들지 않겠는가.

조현 소설가·『누구에게나 아무것도 아닌 햄버거의 역사』 저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