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돈 가뭄'에 허덕여

중앙일보

입력

금융위기설에 이어 현대 사태가 불거지면서 부동산 시장이 '돈 가뭄' 에 허덕이고 있다.

현금확보를 위해 부동산 상품에 대한 투자를 꺼리는 한편 기존 부동산에서도 손을 빼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준농림지의 마구잡이식 개발에 대한 사정 당국의 수사방침이 가시화한 것도 거래 침체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이에 따라 신규 아파트.상가 분양률이 크게 떨어지고 수도권 땅과 기존 주택을 찾는 발걸음이 거의 끊기다시피 했다.

금호개발이 최근 경기도 광주에서 4백76가구를 내놓았으나 순위 내에서 2명만이 신청했으며 현대건설이 구리시 인창동에서 분양한 50가구에는 1순위 청약자가 9명에 불과했다.

서울지역 5차 동시분양을 위해 업체들이 마련한 모델하우스에는 동부이촌동 LG.신도림동 대림아파트 등 일부 인기지역을 제외하곤 한산한 모습이다.

용인시 수지읍은 돈 가뭄이 일고 있는 대표적인 경기 침체지역. 지난해 말부터 새 아파트 분양권 시장이 침체에 빠져들더니 이제는 상가도 매물이 늘어나고 가격도 떨어지고 있다.

수지2지구 상업지역에 짓고 있는 K상가 1층 점포의 경우 지난달만 해도 평당 1천2백만원에 임대매물로 나왔으나 지금은 7백만~8백만원 선에도 손님이 없다.

일대 상가 매매가도 1층이 1천9백만원에서 1천6백만원으로 떨어졌다.

비전공인중개사사무소 서종택 사장은 "경제 위기설이 나돈 이달 중순부터는 투자자들이 확실히 현금을 챙겨두려는 분위기가 강하다" 며 "특히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에는 도무지 투자하려 들지 않는다" 고 전했다.

수지는 신규아파트 분양권 시세가 거의 형성되지 않을 정도이며 2지구 입주아파트도 분양가 수준의 매물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30일부터 지급되는 죽전지구 토지보상금(5천3백억원)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현금 보유 분위기가 강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지는 미지수다.

남북정상회담과 경의선 전철 등의 호재로 땅거래와 상담이 많았던 파주 지역도 갑자기 찾는 발걸음이 줄어들고 거래가 끊겼다.

파주 삼성공인중개사사무소의 조태호 사장은 "총선 이후 금융시장에 불안감이 퍼지면서 매수세가 자취를 감췄다" 며 "준농림지 값이 한동안 상승곡선을 그렸으나 이달 중순부터 내림세로 돌아서 지난 달에 비해 5%정도 떨어졌다" 고 말했다.

서울 개포동이나 잠실 등 재건축대상 아파트 단지는 올 초부터 냉기가 돌더니 지금은 거래가 거의 중단된 상태다.

개포 1단지 13평형이 현재 1억6천5백만~1억7천5백만원으로 지난달 초보다 2천만원 정도 내렸다.

인기를 끌던 대형아파트 분양권도 수요자가 줄어들어 상승 탄력을 완전히 잃었다.

이촌동 삼성리버스위트 51평형은 7억4천5백만원 선으로 이달 초보다 1천9백만원 정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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