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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산, 임신 알고난 뒤 먹으면 효과 떨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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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채소·유제품 견과류에 많아

엽산 등 비타민은 임신되기 전부터 먹어야 건강한 태아를 만든다. [중앙포토]

출산을 한 달 앞둔 임산부 문지윤(28·서울시 영등포구)씨. 임신을 확인한 직후부터 줄곧 임산부 전용 비타민제를 먹고 있다. 산부인과 의사가 권해서다. 모체와 태아에게 필수 영양소인 비타민·철분·미네랄·칼슘이 모두 들어 있다. 문씨는 “엽산과 다른 영양소를 한번에 챙길 수 있어 편하고 임산부 전용이라 안심된다”고 말했다. 건강한 아기는 태아 때 이미 결정된다. 임신기간 내내 영양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임산부에게 엽산이 좋다는 건 이제 상식이다. 엽산은 비타민 B9으로 녹색 채소나 유제품·견과류에 많이 들어 있다.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심재윤 교수는 “임신 한 달 전부터 엽산을 매일 400㎍ 이상 복용하면 신경관 결손의 발생률을 70%정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복용량을 늘리면 효과가 커진다. 한국영양학회는 임산부에겐 가임기 여성보다 많은 600㎍을 권하고 있다. 신경관은 장차 뇌나 척수가 될 부분이다. 엽산이 부족하면 태아에게 무뇌증·척추이분증·구개열·구개순·심장기형 등이 발생하기 쉽다. 임산부에겐 빈혈이 생긴다. 왜 그럴까.

 엽산은 핵산 즉, DNA를 만든다. 소장의 점막세포에서 흡수돼 대사과정을 거쳐 혈액으로 방출된다. 혈액 속에선 적혈구가 DNA를 합성하도록 돕는다. 세포의 생성과 분열에 관여하는 것이다. 그런데 엽산이 부족하면 DNA를 합성할 수 없다. 적혈구가 미숙한 상태에서 비정상적으로 커졌다가 파괴된다. 심재윤 교수는 “성숙한 정상 적혈구 수가 부족하면 거대 적아구성 빈혈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임신과 수유기엔 세포분열 속도가 빠르다. 임신 중 엽산 결핍증이 생기면 DNA 합성에 영향을 미쳐 신경관 결손이 생긴다. 혈중 엽산 수치가 낮은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조기 유산할 확률도 최대 50%까지 높다. 엽산 부족은 남자에겐 정력감퇴와 불임을 야기한다.

비타민 B복합제 함께 먹어야 엽산 “효과”

문제는 엽산을 먹는 시점이다. 임신 전부터 시작해야 효과적이란 사실을 모르는 이가 많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임신 확인 후엔 신경관 결손증 예방을 위한 엽산 투여가 이미 늦을 수 있다”며 “임신을 계획하는 단계부터 복용하라”고 권한다. 임산부에게 필요한 체내 농도까지 도달하는 데 일정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임신하기 최소 한 달 전부터 미리 준비한다. 고령일수록 계획 임신을 권한다.

 미국에선 10여 년 전부터 시리얼 등 곡류 가공식품에 엽산을 첨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신경관 결손 환자가 많이 발생한 중국 일부 지역에선 임신 가능성이 있는 여성에게 엽산을 나눠 줘 발생을 줄였다. 임산부 5453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시험도 있었다. 연구에 따르면 엽산이 포함된 종합비타민제(바이엘 엘레비트)를 임신 1개월 전부터 4개월간 복용하게 했더니 복용하지 않은 집단보다 신경관 결손 발생률이 92% 낮았다.

 엽산 효과를 제대로 누리려면 비타민 B복합체를 함께 복용하는 게 좋다.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서다. 심재윤 교수는 “엽산을 비타민 B6·B12와 함께 섭취하면 혈중에서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호모시스테인이란 물질을 줄인다”며 “혈액순환과 면역력 강화에 좋다”고 설명했다.


임신했다고 너무 많이 먹어도 문제

순산에는 철·구리·마그네슘 등 다양한 영양소가 필요하다. 골고루 잘 먹어도 부족하기 쉬운데, 입덧과 소화불량으로 제대로 먹지 못해 영양부족에 시달린다. 예컨대 우유로 임산부 엽산 권장량을 채우려면 매일 2~3㎏을 마셔야 한다. 흡수율이 낮아서다. 순천향대병원 산부인과 이정재 교수는 “임신으로 늘어나는 영양소의 필요량을 채우기 어렵다면 종합비타민제로 보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채소와 과일에 들어있는 비타민은 독성을 나타내지 않아 추가 섭취해도 영양 과잉 우려가 없다.

 태아를 키우는 데 추가로 필요한 열량은 하루 300㎉ 정도다. 임산부는 하루 2400㎉의 열량이 적당하다. 필요 이상으로 식사량을 늘리면 살이 찌니 주의한다. 특히 기름진 음식은 태아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모체에 피하지방으로 쌓인다. 버터·육류의 동물성 지방은 분자 크기가 커 태반을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몸무게는 임신 전보다 평균 14㎏ 증가하는 게 알맞다. 임신 중에 어머니 체중이 16㎏ 이상 지나치게 늘어나면 출산아가 과체중이 될 위험이 두 배쯤 높다는 국내 연구결과가 있다. 이정재 교수는 “체중이 과도하게 늘면 임신중독증이나 임신성 당뇨병, 난산 등의 위험이 증가한다”며 “적절히 먹고 운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신중독증은 임신 후반기인 20주 이후에 고혈압과 단백뇨가 동반되는 질환이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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