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부고] 미 대통령 9명의 피아니스트 로저 윌리엄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로저 윌리엄스가 2007년 10월 83번째 생일을 맞아 연주하는 모습. [AP=연합뉴스]

가을의 정취를 연주하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로저 윌리엄스(Roger Williams)가 8일(현지시간) 세상을 떠났다. 87세. 췌장암 합병증으로 오래 투병해온 그가 마지막 가을에 생의 마침표를 찍은 곳은 미국 로스엔젤레스의 자택이었다.

 ‘대통령의 피아니스트’란 별명답게 그는 미국 33대 대통령 해리 트루먼부터 조지 부시 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9명의 대통령을 위해 연주해왔다. 39대 지미 카터 대통령과는 생일까지 같아 80세 생일 땐 애틀랜타에서 12시간 동안 마라톤 연주를 선보이기도 했다. 젊은 시절부터 오랜 우정을 나눠온 40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영부인인 낸시 레이건은 “그는 훌륭한 피아니스트자 멋진 친구였다”며 애도를 표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명성에 걸맞게 그의 삶은 ‘최초’ 행진의 연속이었다. 대표작 ‘고엽(Autumn Leaves)’은 1955년 피아노 음반으로는 처음 빌보드 팝 차트에 이름을 올리는 영광을 맛보게 해줬다. 200만 장이 넘게 팔린 이 음반은 4주 동안 1위, 26주 동안 TOP40을 지켰다. 60년엔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손바닥을 남기는 최초의 피아니스트가 되기도 했다.

 1924년 네브래스카주에서 태어난 윌리엄스는 3세 때부터 하모니카를 연주했고 고등학생 때 이미 12개 악기를 능숙하게 다뤘다. “결국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에 정착했다”며 피아노에 대한 애정을 고백한 그는 줄리아드 음대에서 재즈피아노를 전공했다.

 열광적인 무대 매너와 능숙한 즉흥 연주로 관중을 감동시키던 그에 대한 애도가 줄을 잇고 있다.

민경원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