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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은둔 천재 수학자 페렐만 … “100만 달러도, 최고 명예도 싫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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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그리고리 페렐만

러시아의 천재 수학자 그리고리 페렐만(45)이 돈에 이어 명예도 거절했다. 100만 달러(약 12억원)의 상금이 걸린 수학상을 거부해 화제를 모았던 그가 이번엔 학자로서의 최고 영예인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정회원 자격을 거부한 것이다.

 이타르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페렐만을 과학아카데미 정회원으로 추천한 러시아의 ‘스테클로프’ 수학연구소 상트페테르부르크 지부는 3일 페렐만과 연락을 취할 수 없어 그의 아카데미 정회원 추대가 무산됐다고 밝혔다. 후보 추천에 필요한 본인 동의서를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페렐만은 현대 수학의 최대 난제 가운데 하나인 ‘푸앵카레 추측’을 푼 공로로 2006년 수학 분야의 노벨상 격인 ‘필즈 메달’ 수상자로 선정됐으나 수상을 거부했다. 푸앵카레 추측은 1904년 제기된 이후 세계의 수많은 학자가 이 추측을 증명하는 데 매달렸지만 허사였다. 그러다 페렐만이 2002년 해법을 찾는 데 성공했다. 국제수학자연맹(IMU)은 2006년 그에게 필즈 메달을 수여하기로 결정했으나 페렐만은 “나의 증명이 확실한 것으로 판명됐으면 그만이며 더 이상 다른 인정은 필요 없다”며 수상을 거부했다. 그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시상식에 참석하는 대신 고향인 상트페테르부르크 외곽 집 근처의 숲으로 버섯을 따러 갔다.

 페렐만은 지난해 3월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세계적 권위의 클레이 수학연구소에 의해 ‘밀레니엄 상’의 첫 수상자로 선정됐다. 100만 달러의 상금이 걸린 이 상은 클레이 연구소가 2000년 푸앵카레 추측을 포함한 수학계의 7대 난제를 푸는 사람에게 주겠다며 제정한 것이다. 하지만 페렐만은 이 상도 거부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페렐만은 지금도 상트페테르부르크 외곽의 방 2칸짜리 낡은 아파트에서 73세 노모와 함께 살고 있다. 이들은 고정적인 직장이 없는 페렐만이 가끔 개인 과외로 버는 많지 않은 돈과 노모의 연금으로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재홍 기자

◆푸앵카레 추측=푸앵카레가 1904년의 논문에서 ‘단일 연결인 3차원 다양체는 구면과 같은 것인가’라는 문제를 제기하면서 비롯된 추측. 100년 가까이 난제로 남아 있던 이 문제를 페렐만은 2002년 미분기하학의 도구를 이용하여 해결하며 수학의 천재로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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