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욕실이 달라진다

조인스랜드

입력

업데이트

[최현주기자] "쪼그리고 앉아서 씻으라고 하면 거울도 안 보인다고 아이가 답답해해요. 그렇다고 발판 위에 올라가면 세수하다 말고 미끄러질까봐 걱정되고요. 아침, 저녁으로 씻을 때마다 불편하죠."

6살배기 딸을 둔 엄마 최모(34)씨의 고민이다. 욕실에서 불편을 겪는 건 어린이들만이 아니다. 발만 닦으면 되는 아빠는 매번 샤워기를 쓰기가 번거롭고 엄마는 목욕 후 입을 옷을 젖지 않게 보관할 곳이 마땅치 않다.

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사소한, 그래도 역시 불편한 이들의 욕실 고민에 `집`이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이달 중 울산시 중구 우정혁신도시에서 `에일린의 뜰` 아파트 1~2차를 공급하는 IS동서는 국내 최초로 2개 욕실 중 1개를 어린이 전용 욕실로 꾸밀 예정이다. 이 욕실에는 IS동서가 개발한 어린이 욕실세트 `키누스`가 적용된다.

어린이들이 욕실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양변기와 세면대, 수도꼭지, 타일, 욕조, 거울, 수납장 및 액세서리까지 이들의 신체와 눈높이에 맞춰 설계했고 `로봇`을 모티브로 산뜻하고 개성적인 디자인을 선보였다.

또 수전은 물이 자동으로 꺼지는 절수형이며 변기에는 폭신폭신한 고주파시트를 깔았고 바닥은 미끄럼 방지 안전타일로 시공해 안전뿐 아니라 관리비까지 꼼꼼하게 챙겼다고 업체는 전했다. 아이들이 성장하면 키누스 제품을 성인용 이누스로 교체할 수 있다.

수요자 작은 요구도 깨알같이 반영

SK건설은 현재 분양 중인 `종암2차SK뷰`와 `청라SK뷰`, `삼선SK뷰` 등에서 안팎으로 특화된 욕조를 선보였다. 욕조 발치 부분이 쑥 들어가 샴푸 등 목용 용품을 넣을 수 있고 욕조 내부에는 넣다 뺐다 할 수 있는 받침대가 있다.

받침대를 넣으면 어린이를 앉혀 목욕시키거나 성인이 반신욕을 즐길 수 있다. 이 욕조는 2009년 세계적인 디자인 공모전인 독일 iF디자인어워드에서 입선했다.

3498가구로 구성된 초대형 주거단지인 `수원SK스카이뷰`에서는 욕실 수납기능을 더 강화해 한쪽 벽면에 빨래함을 갖춘 수납장을 마련했다. 입던 옷을 세탁기까지 가져갈 필요 없이 바로 빨래함에 넣을 수 있어 편리하다.

SK건설은 또 SK뷰 주택문화관인 뷰갤러리(VIEW Gallery)에서 높낮이 조절이 되는 세면대와 앉아서 샤워할 수 있는 좌식 샤워부스, 욕조 벽면의 높이를 낮추고 우물처럼 내부를 깊게 파 드나들기 쉬운 욕조 등을 전시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모델하우스를 방문한 고객들의 생생한 지적사항을 반영해 욕조 옆에 가볍게 발 닦는 데 쓸 수 있는 `세족 수전기`를 마련했다. 현재 시공 중인 부한 `화명동 롯데캐슬`과 인천 `청라 롯데캐슬`에 적용할 계획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발만 닦으면 되는데 따로 대야를 두면 거치적거리고 세면대까지 발을 올리기는 힘들고 샤워기를 쓰면 줄도 짧고 물을 껐다 켰다 하기도 번거롭다는 의견이 많아 세족 수전기를 개발했다"고 전했다.

GS건설도 올해 분양한 광주 `대전센트럴자이`와 서울 `강서한강자이` 욕실 인테리어에 주부자문단인 `자이엘`의 아이디어를 적용한 결과, 공용 욕실에 반신욕 욕조를 설치하고 세면대 위 거울을 약 25㎝ 더 늘렸다. 키 작은 어린이들도 편하게 거울을 보면서 세수할 수 있도록 세면대와 거울 사이의 빈 공간을 없앤 것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집은 평균적인 한 사람이 아니라 모든 가족 구성원을 위한 공간"이라면서 "입주민들의 생애주기에 따른 라이프스타일을 세심하게 반영함으로써 새로운 주거 문화를 제시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저작권자(c)중앙일보조인스랜드. 무단전제-재배포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