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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했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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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박지성(30·맨체스터 유나이티드·사진)의 별명은 바뀌었다. 그동안 ‘산소탱크’ ‘두 개의 심장’ 등으로 불렸지만 지금은 ‘센트럴 파크’가 귀에 익었다.

 ‘센트럴 파크’는 좌우 날개로 뛰던 박지성이 중앙으로 자리를 옮겨서도 훌륭한 경기를 하자 생긴 별명이다. 그리고 국내 팬들은 팀의 중심이라는 뉘앙스를 더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중원을 맡아 붙박이 주전 자리를 굳혔다는 뉴스를 기대했다. 그러나 ‘센트럴 파크’라는 별명에는 박지성이 처한 현실이 빛과 그늘처럼 공존한다.

 2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린 맨유와 노리치시티의 2011~2012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7라운드. 선발 출전한 박지성은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한 ‘공간 창출 능력’과 ‘전술 이해력’을 마음껏 발휘했다. 첫 임무는 왼쪽 미드필더였다. 후반에는 오른쪽에서 뛰었다. 후반 23분 안데르손의 선제골이 터지자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을 중앙으로 옮겼다. 박지성은 세 차례나 자리를 바꿨지만 흔들림 없이 임무를 완수했다.

 한 골 차 불안한 리드가 이어진 후반 43분 기록한 올시즌 첫 도움은 그가 왜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인지를 증명했다. 박지성은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상대 골키퍼 존 루디와 마주섰다. 골을 넣을 기회였다. 루디도 슛을 예상했다. 그러나 박지성은 오른발 패스로 쇄도하던 대니 웰벡에게 연결했다. 웰벡은 쐐기골을 넣었다. 박지성은 시즌 1골·1도움을 기록했고, 맨유는 2-0으로 이겨 6승1무(승점19)로 리그 선두를 지켰다.

 만족스러운 경기였지만 현지 언론의 평가는 엇갈렸다. 스카이스포츠는 박지성에게 팀 내에서 둘째로 높은 평점 7을 줬다. 하지만 맨체스터 지역지인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의 평가는 팀 최하인 5점이었다. 맨체스터 이브닝뉴스는 박지성을 포지션 경쟁자인 애슐리 영과 비교했다. “전반적으로 애슐리 영의 역할을 대신하는 데 실패했다”는 게 맨체스터 이브닝뉴스의 평가였다.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을 칭찬했지만 “영은 발목 통증이 있어 결장했다. 하지만 우리 팀에는 라이언 긱스·박지성·발렌시아 같은 훌륭한 대체 자원이 있다”는 말도 했다. 박지성은 보조 전력이고, 주전 왼쪽 미드필더는 영이라고 공언한 것이다. 애스턴 빌라에서 뛰다 맨유로 이적한 영은 리그 6경기에서 2골·5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박지성이 또 한 번 험난한 경쟁에 직면했음을 확인한 셈이다.

김종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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