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 기능 약한 노인에겐 ‘진피 내 독감백신’ 강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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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호 18면

어느덧 계절이 바뀌어 가을로 접어들었다. 여러 가지 월동 준비를 해야 하겠지만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도 겨울을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 꼭 필요하다. 질병관리본부는 9월 초에 이미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발견됐다고 발표해 독감예방 접종을 서두를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반드시 해야 할 사람은 50세 이상 중년 또는 노인, 6개월 이상 2세 미만의 소아, 만성 심폐질환자, 당뇨, 만성 간질환자, 암 등의 만성 질환자, 요양시설 입소자, 그리고 의료계 종사자와 임신한 여성이다. 물론 본인이 희망하면 누구나 맞을 수 있다.
인플루엔자로 인한 사망은 대다수가 노인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노인의 예방접종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노인은 노화에 따라 면역기능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백신 접종에 따른 예방 효과도 떨어진다. 성인들은 70∼90%에서 충분한 항체 역가가 생기지만 면역 기능이 떨어진 노인의 경우는 50% 정도에서만 충분한 항체가 생긴다.
노인에서 예방접종에 따른 항체 생성률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이 시도되어 왔다. 백신 용량을 늘려 주사하는 방법은 표준 용량에 비해 그 효과가 증가하지 않으며, 각종 항원 보강제를 첨가하는 시도는 부작용이 증가하는 문제가 있다. 항체 생성률을 높이는 다른 방법으로 기존의 근육 내 주사가 아닌 진피 내 주사 방법이 제시되고 있다.
진피란 표피 바로 아래 부분으로 혈관, 신경, 탄력조직 등으로 구성된 곳으로 두께는 0.5∼4㎜ 정도이며 그 아래 지방과 근육이 있다. 기존의 근육 내 주사에서 사용하는 권장량보다 적은 용량의 백신을 진피 내에 주사해도 면역 효과가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더 좋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진피에 가지세포라는 항원제시세포가 근육보다 높은 수준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항원에 대한 항체 형성 효과가 근육보다 우수하며 그 결과 적은 용량의 백신을 사용해도 우수한 면역반응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항원제시세포는 우리 몸에 침입한 외부 항원을 제일 먼저 인식하고 포획해서 림프기관으로 이 정보를 제시해 면역세포를 만들도록 자극하는 역할을 한다.
일반 성인을 대상으로 인플루엔자 백신을 근육 주사량의 5분의 1 혹은 5분의 2의 용량으로 진피 내 주사를 했을 때 권장량을 근육 주사했을 때보다 항체 생성률이 우수하거나 비슷한 효과를 나타냄이 확인된 바 있다. 그 결과 미국 식약청에서는 18∼64세 성인에서 독감 진피 내 예방주사를 승인했다.
그러나 두께가 4도 안 되는 진피 내에 주사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 최근 기존 바늘 길이의 10분의 1 수준인 1.5의 미세주사에 최소량의 항원이 주입된 주사기로 진피 내에 주입할 수 있는 새로운 주사형이 개발돼 정확도가 증가했다. 팔의 삼각근 부위의 진피는 연령, 성별 및 비만도와 무관하게 2 정도로 일정하므로 환자의 진피 부위에 최적의 항원을 정확하게 주입할 수 있다. 이 진피 내 미세주사를 이용해 노인에게 인플루엔자 백신을 접종한 결과 일반 성인보다 항체 생성률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진피 내 백신은 바늘이 짧아 통증이 적다는 장점도 있다.
진피 내 백신이 주목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부족한 백신을 절약하여 더 많은 사람들에게 백신 접종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백신의 하이브리드 기법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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