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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벌타 후 플레이가 정석 … 좋은 데 놓고 치는 건 ‘한국 인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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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호 19면

라운드를 하다 보면 공이 나무나 바위 가까이에 있거나 화단에 들어가 있어 스윙을 하기 힘든 경우가 있다. 이처럼 공을 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는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1벌타를 받고 언플레이어블 볼 처리를 할 수 있다. 언플레이어블 볼은 공이 워터해저드 안에 있을 때를 제외하고 코스의 어느 곳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규칙 28조).

김아영의 골프 룰&매너 <6> 언플레이어블 볼의 처리

프로들도 종종 이런 상황을 맞게 된다. 여자 세계랭킹 1위 청야니(대만)는 지난 7월 LPGA 투어 에비앙 마스터스 2라운드 13번홀(파4)에서 세 번째 샷 때 실수를 해 볼이 바로 앞 나무 아래에 들어갔다. 언플레이어블 볼 처리 후 시도한 5번째 샷도 그린을 넘어가 버렸다. 청야니는 6온 2퍼트로 8타, 속칭 ‘양파(더블 파)’로 홀을 마무리했다.

공이 나무 위에 올라가 있거나 나무에 박혀 있는 황당한 경우에도 본인의 공임이 확인된다면 언플레이어블 볼 처리를 할 수 있다. 공이 있던 곳의 수직 아래에 다른 공을 놓고 언플레이어블 볼 규칙에 의해 플레이하면 된다.

실제로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가든스 PGA내셔널골프장에서 열린 2011 혼다클래식 3라운드에서 일어난 일이다. 제리 켈리(미국)가 6번 홀(파4)에서 한 세컨드 샷이 9m 높이의 야자나무에 박혀버렸다. 켈리는 자신의 공이 확실함을 확인해야 언플레이어블 볼을 선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공이 높은 곳에 있어 분간하기가 힘들었다. 마침 옆에 있던 신문기자가 줌 기능이 뛰어난 카메라를 갖고 있었다. 그는 나무 위에 있는 공을 찍어 켈리의 것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켈리의 가방에 있던 공의 표시와 나무 위에 있는 공의 표시가 동일했던 것이다. 켈리는 언플레이어블로 1벌타를 받고 나무 근처에 드롭을 한 뒤 보기로 마무리했다. 만약 켈리가 나무 위 공이 자신의 것이라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했다면 분실구로 처리됐을 것이다. 그러면 1벌타를 받고 쳤던 곳에서 다시 쳐야 한다.

언플레이어블 볼을 선언하면 1벌 타를 받고 A,B,C 방법 중 선택해 플레이할 수 있다. A는 원구를 최후로 플레이한 지점에 되도록 가까운 곳에서 플레이한다. B는 홀과 볼이 있었던 지점을 연결한 직후방 선상에 볼을 드롭해 플레이한다. C는 그 볼이 있었던 지점에서 2클럽 이내로 홀에 더 가깝지 않은 곳에 드롭해 플레이한다.

공이 벙커 안에 있을 때에도 언플레이어블 볼 처리를 할 수 있다. 다만 B나 C방식으로 처리할 경우에는 공을 그 벙커 안에 드롭해야 한다.

언플레이어블 볼과 관련해 혼동할 수 있는 상황이 있다. 골프장에서는 남은 홀까지 거리를 표시할 때 주로 말뚝이나 나무(생장물)를 사용한다. 해저드나 거리를 표시하는 말뚝은 스윙에 방해가 되면 뽑아 놓고 플레이할 수 있지만, 나무는 스윙에 방해가 돼도 구제를 받을 수 없다. 나무는 코스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주말 골퍼들은 공을 치기 어려운 상황일 때 손이나 발, 클럽 등을 사용해 공을 좋은 곳으로 옮겨 놓고 치는 경우가 있다. 동반자나 캐디들도 “좋은 데 놓고 치세요”라고 자연스럽게 권한다. 하지만 이는 멀리건과 다름없는, 골프의 본질을 흐리게 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언플레이어블 볼을 선언하고 1벌타를 받아야 한다. 다른 사람들은 내 타수에 별로 관심이 없다. 자기만족일 뿐인 타수를 줄이기 위해 룰을 어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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