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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냉이 분사하는 화재경보기 … 청각장애인도 놀라 벌떡 일어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맥주병과 짝짓기를 시도한 딱정벌레’ 연구자와 ‘고추냉이(와사비) 화재경보기’ 발명가 등이 올해 ‘이그(Ig)노벨상’을 받았다.

 이그노벨상은 ‘처음에는 사람들을 웃게 하지만 이후에는 생각하게 하는’ 기발한 발상이나 이색 연구 업적에 주는 상으로 ‘있을 것 같지 않은 진짜(Improbable Genuine) 노벨(Nobel)상’이란 뜻을 갖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학의 유머 과학잡지 ‘애널스 오브 임프로버블 리서치(AIR)’가 과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1991년 제정했다. 매년 노벨상 수상자 발표 시기에 맞춰 10개 분야별로 수상자를 발표하는데 올해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시상식이 열렸다.

 호주의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대학 동물학과 데이비드 렌츠 교수는 비단벌레과의 수컷 딱정벌레가 호주산 맥주병을 암컷으로 착각해 짝짓기하는 현상을 관찰했다. 렌츠 교수는 맥주병을 암컷으로 착각한 딱정벌레 수컷이 병 위에서 생식기를 드러내 교미를 시도하는 장면을 여러 차례 목격하고 사진도 촬영했다.

 고추냉이 화재경보기는 화재 발생 시 고추냉이 냄새를 분사하는 장치다. 화재 경보기 소리를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인이 놀라 일어날 수 있도록 개발한 것이다. 고추냉이에 들어 있는 이소티오시안산 알릴(allyl isothiocyanate)이란 성분을 뿌리면 너무 매워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일본 시가(滋賀) 의과대학의 이마이 마코토(今井眞) 교수는 사람을 깨울 수 있는 고추냉이 농도를 밝혀내고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경보기를 개발해 국내외 특허를 얻었다. 이 밖에 생리학상은 민물에 사는 붉은다리거북이들 사이에서 하품이 전염된다는 증거가 없음을 밝힌 오스트리아 빈대학의 루트비히 후버 교수에게 돌아갔다. 의학상은 소변이 마려울 때처럼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어떤 문제에 대해서는 더 나은 의사 결정을, 또 어떤 문제는 더 나쁜 결정을 내린다는 점을 연구한 네덜란드 트웬테대학의 미리암 투크 교수가 받았다.

 평화상은 도로변 불법 주차의 문제점을 널리 알리기 위해 불법 주차한 고급 승용차를 직접 장갑차를 몰고 깔아뭉개 버린 리투아니아 빌리누스시(市)의 아르투라스 주오카스 시장이 차지했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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