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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수록 질병과 상실에 맞설 영적인 힘 길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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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어릴 적 그의 장래 희망은 야구선수였다. 멋진 스윙으로 공을 때려 담장 밖으로 넘긴 뒤 의기양양하게 홈으로 들어오는 홈런타자를 꿈꿨다. 하지만 이제 그럴 힘은 남아있지 않다. 파킨슨병에 시달린 몸은 보행기와 휠체어가 없으면 걷기도 힘들다. 좋아했던 독서도 침침해진 눈 때문에 쉽지 않다.

 개신교계의 세계적 지도자 빌리 그레이엄(Billy Graham·92·사진) 목사 이야기다. 그는 지난 70년간 세계를 돌며 약 185개 국, 21억 명에게 설교로 복음을 전파했다. 한국에도 여러 번 방문했고 1992년과 94년 두 차례 북한을 찾기도 했다. 한 달 뒤 93번째 생일을 맞는 노(老)목사가 그의 30번째 저서에서 ‘지혜로운 노년’에 대한 조언을 내놨다고 USA투데이가 지난달 29일 보도했다.

 다음 달 18일 출간되는 책의 제목은 ‘홈런타자 그레이엄’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홈을 앞두고 : 삶과 믿음, 멋진 마무리(Nearing Home : Life, Faith, and Finishing Well)』다. 그는 책에서 어떻게 하면 우아하게 삶을 정리할 수 있는지에 대해 조언했다.

 스스로 자신이 이렇게 오래 살지 생각하지 못했다는 그레이엄 목사는 “평생 어떻게 죽어야 할지는 배웠지만 누구도 어떻게 나이를 먹어야 하는지는 가르쳐준 적이 없다”고 집필 동기를 밝혔다.

 그는 책을 통해 “나이 먹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며 “나 역시 솔직히 늙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나이가 많건 적건 왜 내가 여전히 살아있는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아무리 돈을 많이 벌고 건강을 챙겼어도 인생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는 부족하다”며 “누구도 당신을 대신해 외로움과 고통, 소중한 친구를 잃은 슬픔을 준비해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가 내세운 해결책은 바로 정신적 강건함이다. 그레이엄은 “질병과 상실에 맞설 수 있는 영적인 힘을 길러야 한다”며 “나이 들어서도 신념의 기초를 굳건히 세우고, 시간을 선물로 이해하며, 세월이 흘러 일선에서 은퇴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보내는 등의 삶의 변화를 이겨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역시 2007년 6월 아내 루스를 먼저 떠나 보내며 큰 충격에 빠진 적이 있다.

 그는 “성경에 따르면 신이 우리를 이곳에 있게 한 이유가 있다. 신이 준 위대한 희망을 이해한다면 우리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열심히 기도하고 타인을 위해 봉사하는 열정적인 삶을 사는 것이 아름다운 말년이 되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레이엄은 2006년 마지막 공개설교 이후 대중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몬트리어트 산속 집에서 여생을 보내고 있다. 지난 5월엔 폐렴 증세로 입원하는 등 육체적 고통을 겪고 있다. 최근 아들인 프랭클린 목사에게 “신이 내게 95세까지만 살게 하실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USA투데이는 “이런 질병에도 불구하고 그가 여전히 종교지도자와 책의 저자로서 건재하다”고 전했다.

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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