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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활동 발목 잡는 면책특권 제한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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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이성우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국정감사 시즌이다. 국정감사 때면 감사를 받는 행정부나 공공기관(이하 피감기관)보다 감사를 하는 국회의원들이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 이유는 감사에서 남다른 실적을 올려야 하는데 피감기관이 민감한 자료를 제출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피감기관이 민감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려는 이유가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때문이라는 사실은 모르고 있다.

 피감기관이 민감한 자료를 제출했을 경우 문제가 생기곤 한다. 예컨대 검찰이 부산상호저축은행 수사기록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가정하자. 수사기록에는 피의자의 인맥, 매수하려 했던 로비 대상, 자금세탁이나 재산 해외도피 방법, 공범 간 서로 다른 진술 등 법정 외에서 공개할 수 없는 민감한 내용이 들어 있고, 특히 피의자가 혼자 살기 위해 지어낸 거짓 진술도 있다.

 수사기록이 공개되면 첫째, 피의자 혼자 살겠다고 둘러댄 거짓말이 양심선언으로 칭송되고 그 진술에 나오는 유명 인사는 전부 더러운 권력형 범죄자가 된다. 둘째, 피의자가 없애야 할 증거물을 친절하게 알려 주게 되고 셋째, 격리된 상태에서 서로 다른 진술을 한 공범들이 손 안 대고 코 풀듯 가만히 앉아서 말을 맞출 수 있게 해 준다.

 따라서 피감기관은 민감한 자료가 폭로돼 피해자로부터 감당할 수 없는 비난이나 책임추궁을 당하느니 차라리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국회에서의 증언법에 따라 고발당하는 길을 택할 수밖에 없게 된다. 면책특권은 모든 선진국 헌법이 보장하는 보편적인 제도이기는 하나 그 특권이 남용되지 않도록 일정한 제한이 필요하다. 피감기관이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가능한 한 자료를 숨기려 하면 결국 의정활동의 부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첫째 위원회의 비공개 요건을 완화(예컨대 1인만 반대해도 비공개)하고, 둘째 비공개로 열리는 국정감사 등 의정활동에서 받은 자료를 공개하는 행위는 면책특권대상에서 제외시키고, 마지막으로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공개가 필요하다면 자료 공개 요건을 강화(예컨대 만장일치)함과 동시에 자료 제출자의 민형사상 면책을 명문화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피감기관도 국회가 요구하는 자료를 제출하는 데 부담이 없어지고, 국회의원도 의정활동에 필요한 자료를 쉽게 구할 수 있으므로 제대로 된 국정 감시와 더 좋은 대안 제시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성우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