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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중앙시평

MB, 미 의회 연설에서는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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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마이클
그린 미국 CSIS 고문

이명박 대통령이 13~14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다. 이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존 베이너 하원의장실과 연설 가능성과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나는 이 대통령의 연설에 다음과 같은 생각을 담기를 간곡히 제안한다.

 첫째로 우선 이 대통령의 개인적인 역정을 통해 한국과 한·미 동맹의 발전사를 들려주는 것으로 연설을 시작하기 바란다. 이 대통령은 한국에서 지지도가 약간 처지고 있지만, 워싱턴에서는 여전히 상당한 인기와 존경을 받고 있다. 첫 이명박-오바마 정상회담에 참석한 인사들은 이 대통령이 가난으로부터 성공에 이른 자신의 인생 역정을 들려줌으로써 오바마 대통령의 존경과 지지를 얻었다고 말한다. 이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자신의 성취와 한국의 성취에 대한 자부심, 지난 60년간 한국에 대한 미국의 변함없는 지원에 대한 고마움을 담담하게 표현했다.

 둘째로 미국의 위대함에 대한 믿음을 표현하라. 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의 올 초 미 양원 합동회의 연설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길라드 총리는 자신이 성장하면서 느꼈던 미국에 대한 경외심과 미국의 재생 능력, 미래의 리더십에 대한 확신을 잘 표현해 호평을 받았다. 많은 미국인은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정치지도자들의 능력에 불안을 표시하지만 가까운 동맹국으로부터 “할 수 있다”는 격려의 말을 듣고 싶어한다. 그러한 연설은 한국이 자유롭고 개방된 세계질서에서 이탈하지 않을 것임을 다른 세계에 전파하는 효과도 거둘 것이다. 그러지 않고 미국 의회에 미국의 재정문제를 바로잡으라고 촉구한다면 아마도 최악의 연설이 될 것이다. 그런 언급은 정치가가 아니라 정치평론가가 할 소리다.

 셋째로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다짐을 강조하라. 한승수 전 국무총리는 몇 년 전 한국에서 한국이야말로 아시아적 유산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면서도 동시에 민주주의 및 인권, 법치주의라는 보편적 가치를 실천할 수 있는 나라임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강조하는 연설을 했다. 이는 아시아가 서구와 다른 가치를 가졌다거나 아시아 사회가 전체주의 체제를 선호한다는 일부의 주장에 대한 확실한 반박이다.

 넷째로 미국에 세계 속의 한국을 소개하라. 아직도 미 의회 의원 상당수가 한국이 오늘날 G20의 일원이자 전 세계에 한류 물결을 일으키고 있는 등 세계적인 선도국가로 우뚝 섰다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미 의회가 한국의 해외개발원조와 평화유지활동의 확대를 높이 평가할 것이라는 점을 믿어도 좋다.

 다섯째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체결을 강조하라. 만일 미 의회가 이 대통령의 방미 전에 한·미 FTA 비준안을 통과시킨다면, 이 대통령은 당연히 그에 대해 사의를 표하고 협정의 이행은 물론 미국과의 자유무역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해야 할 것이다.

 물론 한·미 FTA가 어떻게 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이 대통령이 방미하기 전에 마무리될 수 있을까? 상원에는 한·미 FTA에 대한 노동계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무역조정지원제도(TAA)를 타결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그러나 하원은 여전히 한·미 FTA를 파나마·콜롬비아와의 FTA 비준안과 함께 처리하려 한다. 한·미 FTA만 통과시키면 민주당에서 인기 없는 다른 두 FTA에 대해 오바마의 관심이 시들해질까 봐 걱정한다. 만일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대통령이 연설을 하면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이 다른 두 FTA는 제쳐놓은 채 한·미 FTA를 신속하게 통과시키도록 압박하기 위해 이 대통령을 이용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이 대통령의 양원 합동회의 연설은 그다지 현명한 선택이 아닐 수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백악관이 3개 FTA의 동시 추진 쪽으로 기울 것이고, 하원 공화당 의원들도 안도의 한숨과 함께 이 대통령을 따뜻하게 환영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한·미FTA 비준안을 처리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백악관은 미 하원이 3개 FTA 비준안 동시 처리 요구를 절대 철회하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이 대통령의 방미 이전에 백악관과 공화당 간에 윈-윈 협상이 이루어지고, 그 결과 이 대통령이 양원 합동회의에서 환영받는 연설을 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

 민주주의는 서로 공유하는 가치 때문에 가장 튼튼하고 지속적인 동맹을 향해 가려는 속성이 있다. 그러나 때로는 국내 정치가 동맹국들을 매우 고통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마이클 그린 미국 CSIS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