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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쟁명:유주열] 소정방(蘇定方)과 백마강(白馬江)의 조룡(釣龍)

중앙일보

입력

중국의 허베이성(河北省) 남쪽의 衡水市는 7세기 후반 당(唐)의 장군으로 신라와 연합하여 백제를 멸망시킨 소정방(蘇定方)이 태어난 곳이다.

소정방은 16세때부터 아버지와 함께 수(隋)나라에 반기를 든 이세민(당 태종)을 도와 무공을 세웠다. 태종이 죽고 그의 아들 고종이 즉위한 후 당은 신라와 동맹하여 숙적 고구려와 백제를 공격하였다. 659. 11 설인귀(薛仁貴)는 고구려를 침공하고 660. 6 . 일흔 노구의 소정방은 13만의 수육(水陸) 동정군(東征軍)의 사령관이 된다. 소정방의 당군은 산동성의 성산(威海)을 출발 황해를 건너 웅진강(錦江) 하구에서 신라의 무열왕과 김유신의 5만 군대와 합류한다. 나당(羅唐) 연합군은 백제의 수도 부여 사비성(泗沘城)을 포위하였다.

사비성은 금강 하구로부터 불과 60여 킬로의 거리였다.
당시 백제의 의자왕과 태자 융(隆)은 북쪽의 공주 웅진성으로 급히 피신하였다. 웅진성은 금강의 상류로 사비성으로 천도하기 전의 수도였다. 그러나 의자왕의 둘째 아들 태(泰)의 생각은 달랐다. 부왕과 태자를 대신하여 스스로 왕이라고 칭하고 사비성을 지켜 자신이 왕이 되는 계기로 삼고저 했다. 사비성은 반월(半月)처럼 강에 의해 둘러 쌓이고 뒤로는 부소산성(扶蘇山城)이 버티고 있는 난공불락의 요새같은 성이었다.

사비성에 남아 있던 태자 융의 아들 문사(文思)는 숙부 태(泰)의 야심을 알아차리고 당군에 투항하자 사비성은 함락된다. 적(敵)에게 쫓겨 낙화(落花)처럼 강물에 몸을 던진 삼천궁녀의 슬픈 전설은 여기서 유래한다. 수도 사비성이 나당 연합군에 유린된 것을 안 의자왕도 웅진성에서 투항함으로 310여년의 백제는 멸망한다.

지금 부여의 부소산성 절벽 아래 쪽으로 용을 잡는 조용대(釣龍臺)라는 큰 바위가 있다. 소정방군(蘇定方軍)이 사비성을 공격하기 위해 배를 띄워 강을 건너려고 하자 물속의 거대한 용이 파도를 일으켜 건널 수 없었다. 소정방은 그 용을 잡기위해 백마를 구해 강물에 던졌다. 백마를 덥석 물은 용은 잡혔고 소정방군은 무사히 강을 건넜다고 한다. 소정방이 백마로 용을 낚아 내고 건넌 강이 부여의 백마강이다. 1300여년의 세월에도 여전히 중국과 멀지 않은 부여의 백마강에는 소정방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것 같다.

유주열 전 베이징총영사=yuzuyou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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