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박용길 조문할테니 유족들 개성 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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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북한이 고(故) 박용길 장로의 유족을 개성으로 불러 조의를 표명하려다 우리 정부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27일 “북측이 26일 고 문익환 목사의 부인인 박 장로의 장례위원회 측에 ‘개성으로 내려가 장례와 관련한 협의를 하려 하니 유족과 장례위 관계자가 방북해 달라’는 팩스를 보냈다”며 “하지만 북측의 요구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방북 승인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유가족을 자기 지역으로 불러 조의를 전한다는 건 전통 예법이나 정서에 어긋나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조문단이 서울로 온다면 정중하고 안전하게 편의를 보장할 것”이란 입장을 전달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날 개성에서 유족을 만나자던 당초 계획을 접고 “준비관계상 개성으로 갈 수 없게 됐다”는 답변을 보내 왔다. 북한은 대신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김정일의 조전(弔電)을 보도했다.

김정일은 “그(박 장로)가 민족의 화합과 통일을 위해 바친 애국의 넋은 북과 남, 해외 온 겨레의 마음속에 길이 남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례위 측은 북측 태도에 대해서는 언급 없이 “이해할 수 없는 건 통일부의 태도”라고 비난 입장을 냈다.

북한은 1994년 1월 문익환 목사 사망 때는 김일성 명의의 조전만 보냈다. 2001년 3월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장례식 때는 조문단을 파견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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