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팀 물갈이 문건 파문

중앙일보

입력

청와대와 과천 경제부처에 경제팀 개편과 관련된 파문이 일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이진순(李鎭淳)원장이 이달초 경제장관들을 바꿔야 한다는 내용의 문건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 문건은 개각 여부를 놓고 '인사의 불확실성' 이 커지고 있는 시점에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17일 "李원장이 여권 핵심부를 통해 경제팀을 물갈이해야 한다고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건의한 것으로 안다" 면서 "그는 특히 개혁을 성공적으로 매듭짓기 위해 개혁성향(마인드)이 강한 사람들을 경제장관으로 중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문건도 만들었다" 고 말했다.

그는 "이 문건에는 '경제장관들을 바꿀 경우 ▶재정경제부 장관에는 李원장 자신▶산업자원부 장관엔 이선(李銑)산업연구원(KIET)원장▶금융감독위원장에는 윤원배(尹源培)전 금감위 부위원장을 각각 기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안다" 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도 "최근 경제팀 교체를 거론한 문건을 보고 놀랐다" 면서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경제팀이 모두 물러나야 한다는 것은 와전된 얘기지만 특정인을 어떤 자리에 앉혀야 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고 소개하면서 "다만 이같은 인선 내용이 대통령에게는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 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李원장은 "최근 경제정책을 펴는데 이런저런 요소를 고려해 줬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짤막한 보고서를 만들어 청와대에 전달한 적은 있다" 면서 "그러나 경제팀 내의 불협화음이나 인사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한 적이 전혀 없다" 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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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재정경제부 등에서는 문건처럼 개각이 이뤄질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판단하면서도 미묘한 시기에 경제팀 경질 같은 민감한 문제가 거론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재경부 고위 관계자는 "앞으로 경제팀이 해야 할 일이 많다" 면서 "이헌재(李憲宰)재경부 장관에게 확실한 힘을 실어주든지, 아니면 개각을 통해 새로운 진용을 갖추는 일이 시급하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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