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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산골마을 ‘단풍잎 기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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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전체 면적의 89%가 산지인 일본 남부 도쿠시마(德島)현 가미카쓰(上勝) 마을.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1904명의 인구 중 절반에 가까운 946명(49.7%)이 65세 이상 노인이다. 한국에서 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가장 높다는 경북 군위군(39.4%)보다 고령화가 진행된 곳이다. <관계기사 20면>

 지난달 31일 만난 가미카쓰 주민들은 단풍나무 잎 등 여러 가지 나뭇잎을 닦고 포장하느라 바빴다. 나뭇잎은 평범했지만 쓰임새가 요긴했다. 바로 일본 요리에는 빠질 수 없는 장식잎으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10여 장의 나뭇잎을 포장한 팩을 500엔(약 7500원)에 판다. 종자가 특별해서가 아니다. 1999년 설립된 마을기업인 주식회사 이로도리(いろどり)가 각종 나뭇잎을 상품화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로도리는 마을 지자체인 가미카쓰초(上勝町)와 주민들이 나뭇잎 판매를 하기 위해 만든 기업이다. 이로도리는 일본 전역의 요릿집에서 들어오는 장식잎 주문과 시세 정보를 농가에 알려주고 나뭇잎을 위탁 판매한다. 장식잎 유통을 처음으로 체계화했다. 지금도 7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연간 매출액은 3억 엔(약 45억원)에 달한다. 나뭇잎 사업이 성공하면서 마을엔 젊은 층이 들어오고 있다. 요코이시 도모지(橫石知二·53) 이로도리 대표는 “나뭇잎 사업이 없었다면 가미카쓰의 인구는 1200명 정도로 줄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일본에는 6만여 개의 마을기업(사회적 기업 포함)이 설립돼 농가 소득 증대와 마을 살리기를 하고 있다. 한국의 마을기업은 초보 단계다. 행정안전부는 올해 248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500여 개의 마을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정책분석평가원 양세훈 박사는 “일회성 지원을 하기보다는 주민들이 지역의 자원을 활용해 일어설 수 있는 시스템(마을기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가미카쓰=김원배 기자

◆마을기업(Community Business)=지역의 자원을 활용해 공동체의 이익을 창출하는 기업이다. 지자체나 주민들이 주도해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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