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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천야오예, 훌륭한 방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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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본선 32강전> ○·천야오예 9단 ●·박정환 9단

제4보(30~39)=현대 바둑은 야수의 세계다. 강한 이빨과 어깨 힘이 없으면 정글에 명함을 내밀 수 없다. 기풍을 보면 조용히 기다리는 편인 박정환 9단이지만 초반부터 흐름이 꼬였다고 느끼자 즉각 흑▲로 끊어갔다. 모든 변화는 ‘절단’에서 나온다. 5대5 승부라면 현대의 추세는 끊고 본다.

 천야오예 9단은 30으로 치고 나와 32로 뻗는다. 폐석에 가까울 정도로 약한 돌인 데다 축, 장문 다 안 되는 곳이지만 이렇게 치고 뻗는 행마는 꼭 배워둘 만하다. 마치 2선에 빠져 키워 죽이는 행마처럼 활용도를 높이는 행마법인 것이다. 박정환은 33으로 하나 더 밀어놓고 35로 잡는다. 백이 무얼 했나 싶지만 36으로 꼬부리자 비로소 사태가 명료하게 드러난다. 흑은 ‘참고도1’ 흑1의 곳을 꼭 두고 싶지만 4로 잡히고 만다. 끊은 돌은 요석이라 긴급사태 외엔 버릴 수 없다. 박정환 9단의 37은 너무도 당연한 한 수다. 그러자 38로 단수한다. 버렸던 백 돌들이 생기를 띠며 연결되고 있다. ‘참고도2’ 백1, 3이면 백은 훌륭하게 수습된 모습. 흑이 4로 우측을 잡으려 해도 이 백 역시 9까지 거뜬히 산다.

 백의 방어가 깨끗하다. 침착하기 이를 데 없는 박정환 9단이지만 39로 따내는 그의 모습에선 곤혹의 빛이 스쳐 지나간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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