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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차 서너 달은 2~3분간 차창 열고 달리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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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신차에 남아 있는 휘발성 유기화학 물질 때문에 ‘새차 증후군’을 겪는 운전자가 많다. 적절한 환기를 통해 화학 물질을 내보내거나 전문업체의 도움을 받아 물질을 제거해야 한다. [중앙포토]


새로 산 자동차를 타고 다니다 보면 불쾌한 냄새 때문에 두통과 멀미가 생기거나 속이 울렁거릴 때가 있다. 차량에 남아 있는 휘발성 유기화학 물질 때문이다. 보통 출고된 지 3~4개월 이내의 차에 여전히 남아 있는 포름알데히드ㆍ톨루엔ㆍ벤젠류의 휘발성 유기화학 물질이 주범이다. 차량 내 각종 플라스틱 부품과 시트, 바닥 매트, 지붕 등에서 나온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새집 증후군에 빗대어 이를 ‘새차 증후군’이라 부른다. 일부 물질은 코 점막을 넘어가 호흡기를 자극하고, 중추신경에도 영향을 줘 기억력을 떨어뜨린다는 연구결과도 있을 정도다. 장기간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아이가 생겨 가족이 늘면 차를 바꾸는 경우가 많은데 화학 물질은 아이와 노약자에게 더욱 해롭다.

 국토해양부와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성능연구소는 지난해 7월~올 6월 출시된 국산 신차를 대상으로 실내의 유기화학물질 농도를 조사해 최근 결과를 발표했다. 측정 대상 물질은 포름알데히드ㆍ톨루엔ㆍ에틸벤젠ㆍ스티렌 등 4개. 조사 대상 9개 차종 중 4개 차종에서 톨루엔이 권고 기준인 1000㎍/㎥을 초과했다. 이번 조사에서 권고 기준을 초과한 4개 차종은 기아 모닝(2846㎍/㎥), 현대 벨로스터(1546㎍/㎥), 한국GM 쉐보레 올란도(1222㎍/㎥)와 알페온(1073㎍/㎥)이다.

 조성균 국토부 자동차생활과 사무관은 “2005년부터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해 신차 실내 공기질 조사를 시작했다”며 “객관적이고 신뢰성 있는 조사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수차례 전문가 조언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에서 차량을 출고 받은 뒤 창문을 열고 달리거나 공조장치를 적절히 가동해 환기를 제대로 하면 2∼3분 내 화학물질의 90%가 사라졌다. 따라서 신차를 탈 때는 창문을 열어놓고 환기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생산 뒤 4개월이 지나면 오염 농도는 초기 농도의 75∼95%로 저절로 감소한다는 것이다.

 국내 자동차업계는 새차 증후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0년대 중반부터 적절한 공조 장치와 실내 소재 개발을 위해 노력해 왔다. 현대ㆍ기아차의 남양중앙연구소는 지난해 주택 공조 시스템을 공부한 건축과 출신 연구원을 뽑기도 했다.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는 “어떤 실험 조건에서 화학물질의 농도가 검출됐는지 사실관계를 알아보고 있다”며 “같은 차체를 사용하고 비슷한 공조장치와 실내 소재를 적용한 아반떼와 벨로스터가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을 주시하고 있다”고 답했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SM5에 이어 지난달 출시한 신형 SM7의 공조 장치에 퍼퓸 디퓨저를 장착했다. 퍼퓸 디퓨저는 차량 내부에 향기를 은은하게 퍼지게 하는 기능으로 새차 증후군 방지 장치 중 하나다. 두 가지 향이 기본으로 장착돼 있는데 네 가지 향을 추가로 구매해 사용할 수 있다.

 새차 증후군과 관련해 독일 아우디는 세계 자동차 업계의 벤치마킹 모델로 통한다. 1990년대 후반부터 냄새 관리팀을 운영하며 차량 실내에서 불쾌한 냄새가 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아우디코리아 관계자는 “냄새 관리팀은 신차 개발 초기 단계부터 참여하고 생산된 차량에 대해서도 철저히 검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규어는 최고급 차종인 XJ에 수작업으로 완성된 천연 우드와 가죽 시트를 사용하고, BMW는 차량 외부의 페인트 냄새를 줄이기 위해 수용성 페인트로 도장함으로써 새차 증후군을 방지하고 있다.

강병철 기자

톨루엔=메틸벤젠으로도 불리는 휘발성 유기화학 물질이다. 접착제나 페인트에 들어 있는 성분 중 하나다.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성능연구소에 따르면 운전자가 톨루엔 1000㎍/㎥을 30분 이상 흡입하면 불쾌한 냄새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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