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은행합병 어떻게 돼가나] 다양한 시나리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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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은행권에선 다양한 짝짓기 시나리오가 난무하고 있다.

그러자 각 은행은 겉으로는 '합병 절대 불가' , '주도적 위치의 합병 추진' 등 공식 방침을 내걸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실무팀에서 갖가지 합병 시나리오의 이해득실을 따져보느라 분주하다.

현재 거론 중인 은행 합병의 시나리오는 크게 3가지다.

▶공적자금이 투입돼 정부가 최대 주주인 한빛.조흥.평화은행과 외환은행 중 일부 또는 전체를 금융지주회사를 통해 한데 묶는 안
▶소매금융에 특화돼 상대적으로 부실이 적은 대형 시중은행인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결합
▶국민.주택은행과 신한.하나.한미 등 중소규모 우량은행들 간의 양자간 또는 다자간 짝짓기가 그것이다.

이중 공적자금 투입은행들을 지주회사화하는 방안은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꼽힌다.

외국계 대주주가 버티고 있는 여타 은행들과 달리 정부가 대주주인 이들 은행의 구조조정은 정부가 주도권을 행사할 명분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주가가 1천~2천원대로 액면가를 훨씬 밑도는 이들 은행을 서로 묶어놓는다고 해서 과연 가치가 상승할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없지 않다.

이에 따라 중소규모 우량은행 중 한곳을 함께 묶어 물타기를 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돌며 최근 해당 은행들의 주가까지 덩달아 떨어져 있는 상태다.

또한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결합은 정부가 일찍부터 "우량.우량은행의 합병이 바람직하다" "세계적 규모의 선도은행이 나와야 한다" 는 운을 띄우면서 급부상한 안이다.

그러나 두 은행 모두 소매금융에 특화된 은행이다 보니 시너지효과를 기대하기 힘든데다 합병 후 인력과 점포수 등을 절반 이상 줄여야하는데 따른 진통이 클 것이라는 비판이 외국인 투자가들 입에서 흘러나오며 최근엔 주춤한 상태다.

이에 정부도 "우리나라 은행은 합쳐봐야 고작 세계 50위에 불과하므로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위한 합병은 재고돼야 한다" (5월3일 이기호 경제수석)며 발을 뺐고 두 은행의 행장들 역시 공식적으로 양자간 결합설을 부인하면서 "차라리 후발 우량은행과의 합병을 원한다" 는 대안까지 제시했다.

하지만 국민.주택은행의 '공개 구혼' 을 받은 신한.하나.한미은행은 현재 하나같이 "독자생존하며 효율성과 수익성을 높이겠다" 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합병 반대론의 근거는 국민.주택은행과 인력수준이나 업무영역, 은행내 분위기가 너무 달라 원만한 융화를 이루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들 3개 은행은 비록 규모가 작을 뿐, 지난해 대형 시중은행들이 무더기 적자를 냈을 때도 이익을 실현했기 때문에 사실 정부로서도 강압적으로 합병을 유도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만 공적자금 투입은행을 중심으로 은행시장 재편이 이뤄질 경우 자발적으로 새로운 생존방식을 찾아 나설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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