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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월드카 프로젝트' 공식화 될 듯

중앙일보

입력

월드카 공동개발 발표를 둘러싼 혼선이 제휴당사자인 현대와 다임러크라이슬러, 미쓰비시 간 막후 조정을 통해 정리단계에 접어들고있다.

현대 발표 직후 부인으로 일관하던 다임러와 미쓰비시가 시간이 흐르면서 부인의 강도를 낮추면서 현대의 참여를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지고 있는 중이다. 이에따라 현대와 다임러사이에서 조정역을 맡아온 미쓰비시가 9일 오후 3사간 월드카 공동개발 방안을 공식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미쓰비시는 8일 오전 "아직 합의에 이르지 않았다"고 연막을 피우다 당일 오후 "검토를 시작한 것은 사실"이라고 `톤 다운'했었다. 다임러측도 이날 오전 비공식 채널로 "미쓰비시에 (월드카 개발방안을) 일임했다"며 "미쓰비시와 현대가 합의할 경우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현대 관계자가 전했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할 때 그동안의 월드카 파문은 3사가 최대 한도로 각자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 힘겨루기를 한 결과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산자부나 업계 일각에서 "협상과정에서의 통상적 해프닝"으로 치부한 것도 맥을 같이하는 대목이다. 45조원의 매출과 2조3천억원의 이익을 달성한다는 장밋빛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얼마나 비용을 적게 들여 많은 이익을 얻을까'에 대한 복잡한 수 싸움의 결과라는 것이다.

우선 현대가 협상의 ABC인 `비밀협정'을 파기하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월드카 공동개발 발표를 강행한 대목이 이런 계산에서 출발한게 아니냐는 관측이 있다.

업계 관계자도 "미숙함이 엿보인건 사실이지만 현대가 `치고나간 듯'한 인상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현대가 이번 프로젝트로 얻는 유무형적 이익이 3사중 가장 크다는분석에 기인한다. 현대로서는 세계 4위 메이커인 다임러크라이슬러와 제휴, 브랜드이미지와 대외신인도를 높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고 이른바 `합종연횡'으로 대변되는 세계자동차산업의 재편과정에서 선진대열에 `무임승차'하는 행운을 얻을 수 있다.

또 현대측 계산대로라면 월드카 프로젝트가 창출한 이익의 상당부분이 현대의 몫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현대의 한 관계자는 "플랫폼, 엔진, 설계 등 월드카 개발기술에서 현대가 이니셔티브를 쥘 것"이라며 이런 분석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정작 제휴당사자인 다임러로서는 계산이 그리 단순하지 않다. 우선 다임러는 현대의 `공식적' 참여가 탐탁치 않다. 스스로 `빅3'의 일원을 자임하고 있는 다임러가 세계 10위의 현대와 손을 잡는다는게 세계시장은 물론 당장 자신의 주주들에게 어떻게 비쳐질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감안할때 제휴가 절실한 상황이다. 현대는 2001년말을 목표로 리터카 개발을 추진, 이미 성공단계에 접어들어 다임러로서는 이번 제휴가 그야말로 `손 안대고 코푸는 격'이다.

특히 소형차에 약한 다임러로서는 세계 10위권에 드는 현대의 기술력이 몹시 매력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섣불리 뛰어들었다간 `현대가 만드는 월드카 사업에 다임러가 끼어드는 꼴'로 비쳐져 쉽지 않은 선택이다.

현대가 국제적 망신을 초래할지도 모를 발표를 강행한 것도 이런 미지근한 다임러의 입장 때문이라는 시각이 있다. 이미 미쓰비시와는 이야기가 끝났기 때문에 현대가 내외신 기자회견을 통해 다임러와 제휴를 공식화한다면 다임러도 마지못해 `승인'할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있던 셈이다.

특히 그동안의 물밑접촉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26일 다임러가 미쓰비시와의 리터카 공동개발 방안을 발표한 이상 더이상 머뭇거리다간 제휴가 물건너갈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이런 계산아래 현대가 월드카 프로젝트를 발표해버리자 다임러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채 입장정리에 골머리를 앓았다. "아직 협상이 없었다"는 식의 얘기가 흘러나온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다임러크라이슬러는 현대와 손잡는 쪽으로 방향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9일 오전 미쓰비시를 `창구'로 일원화하겠다는 방침도 이런 맥락이다. 다임러가 직접 현대와 제휴하는 형식을 취하지 않으면서도 내용면에선 결국 제휴가 되는 셈이다.

그동안 현대와 월드카 공동개발 방안에 사실상 합의했던 미쓰비시가 현대 발표이후 어정쩡한 태도를 취한 것은 최대주주인 다임러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다임러의 입장이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미쓰비시가 현대와의 제휴를 공식화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현대 발표이후 다임러와 미쓰비시의 입장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모종의 `딜(DEAL)'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적어도 이번 월드카 프로젝트에서 현대가 주도권을 쥐는 듯한 발표내용이 일정부분 수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대 관계자는 "보다 세부적인 내용이 금명간 발표될 예정"이라며"더이상의 혼선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렇듯 3사간의 기싸움이 이번 월드카 파문의 본질이라고 하더라도, 현대가 전략적 차원에서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기자회견을 이용해 혼선을 가져온 점은 책임을 면할 수 없는 부분으로 지적된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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