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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 리치 모셔라” … 증권사, 갤러리로 변신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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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미술품 투자와 관련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트 어드바이저리 서비스’를 위해 갤러리처럼 꾸민 우리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북센터에서 한 고객이 데이미언 허스트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강북센터는 20일 서울파이낸스센터(SFC)에 문을 열 예정이다. [김형수 기자]


문을 열고 들어서면 양쪽 벽면에 걸린 데이미언 허스트의 작품이 고객을 맞는다. 복도에는 김창열 화백의 ‘물방울’과 한성필 작가의 작품이 걸려 있다. 그걸로 끝이 아니다. 각각의 방에서는 박서보 화백과 시그마 폴케 등 국내외 유명 작가의 수작을 감상할 수 있다.

 작품의 면면만 살펴보면 근사한 갤러리에 온 듯하다. 하지만 이곳은 증권사 영업장이다. 바로 20일 서울파이낸스센터(SFC)에 문을 여는 우리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북센터다. 우리투자증권이 지난해 도입한 ‘아트 어드바이저리’ 서비스를 위해 갤러리처럼 꾸민 것이다.

 전시된 작품은 세계 100대 컬렉터로 유명한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대여한 20여 점이다. 충남 천안의 수장고까지 가 일일이 선별해 모셔온 귀한 몸이다. 전시된 작품 가격만 20억원이 넘는다.

 증권사와 갤러리의 이 같은 묘한 조합, 이건 수퍼 리치를 잡아 보겠다며 펼치는 금융 경쟁의 산물이다. 자산관리 서비스의 영역이 미술품 투자까지 넓어진 것이다. 미술품에 대한 고액 자산가의 관심과 수요가 늘어난 것도 주요 이유다.

 아트 어드바이저리 서비스는 자산 10억원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미술품 투자에 대한 조언과 작품 감정, 투자 컨설팅부터 매매와 보관, 상속과 세금 관련 자문 등을 제공하는 종합 서비스다. 이를 위해 아라리오, 인터알리아, 가나아트 등 갤러리와 K옥션, 서울옥션 등 미술품 경매회사와 제휴를 했다.

 가장 기본적 서비스는 작품 매입이다. 지난해 문을 연 강남센터에 전시된 작품 2점은 고객에게 팔렸다. 고객이 원하는 작품이 있을 경우 갤러리나 경매회사 등과 연결해준다. 소장한 미술품이나 귀금속의 처분을 원하는 고객과 경매회사 사이에 다리도 놔준다. 지난해에는 고객이 소장했던 귀금속 4점을 경매를 통해 팔았다. 처분에 골머리를 앓던 고객은 뜻밖의 서비스에 감동했다. 판매금의 일부는 예치했다.

 고객은 보유한 미술품을 증권사 등에 빌려주고 대여료도 받을 수 있다. 갤러리나 개인도 미술품 주인의 허락을 받고 작품을 증권사에 전시할 수 있다. 해외 아트페어 등에 참가를 원할 경우 관련 기관이나 업체 등과 연결해준다. 매입하거나 보유한 미술품의 보험 가입, 보관과 관련한 서비스도 제공한다. 고객의 소장품을 보관해줄 만한 수장고를 가진 갤러리 등을 수소문해 고객과 연결해주는 것이다. 고객이 자신의 소장품을 가지고 ‘작은 전시회’를 열 수 있는 공간도 제공할 계획이다.

 우리투자증권 HMW전략팀 김수미 과장은 “고액 자산가 입장에서 세상에 단 하나만 존재하는 미술품은 다른 사람과 차별화가 가능한 투자 상품”이라며 “미술품 거래 차익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2012년까지 연장되면서 절세 효과도 있어 증여 등을 고민하는 자산가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미술품 매매에 관한 요청이 늘면서 작품 가격을 물어보는 고객도 많아졌다. 감정을 요청하거나 해외 아트페어 참가 등을 문의하는 등 관심의 폭도 깊고 넓다.

 최우수 고객을 대상으로 한 ‘아트 클래스’도 준비하고 있다. 금융과 미술품 투자에 대한 최신 정보와 흐름을 제공하는 자리다. 김 과장은 “투자 관점에서 미술품에 접근할 수 있도록 관련 전문가를 모시고 이야기를 듣는 한편 고객이 관심을 갖는 작가와 대화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하현옥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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