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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T-밸리로 간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17일 세계 증시가 ''블랙먼데이'' 쇼크로 휘청 할 즈음. 일부에서는 국내 벤처들의 ''파티''가 끝났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우려와는 다르게 테헤란 밸리 사람들은 의외로 차분했다. 주변의 소란에 아랑곳없이 일에 더욱 몰두하는 분위기다.

최근의 ''벤처 붕괴론''에도 불구하고 T-밸리를 택한 사람들. 거부의 꿈보다는 일을 찾아 이곳에 온 사람들이다. 평생직장으로 벤처를 택한 대기업 직원, 외모보다는 능력을 택한 스튜어디스, 열사(熱砂)의 나라에서 온 회사원. 그들은 왜 T-밸리로 갔을까?

"벤처의 참 맛을 보여주마"

▶안선형씨와 변지수씨.인터넷 허브사이트 ㈜인티즌(www.intizen.com)의 안선형(34) 팀장과 변지수(36) 팀장. 얼마전까지 국내 S그룹에서 인터넷 사업의 실무를 맡았던 사람들이다. 이 두사람이 의기투합해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장을 냈다.

디지털 경제의 최전선에 있는 신생 벤처를 누구라도 알아 볼 수 있는 회사로 만들겠다는게 이들의 목표. ''벤처 거품론''으로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지만 사장처럼 일할 수 있는 벤처의 기업 문화에서 그 가능성을 찾고 있다. 개인의 능력과 재능을 평준화 시키는 대기업보다는 창의적인 노력을 통해 누구나 스타플레이어가 될 수 있는 곳이 벤처기업 이라고 한다.

쇼핑TFT 팀을 맡고 있는 변 팀장은 "가족들에게 벤처 기업으로 직장을 옮긴다고 말했더니 의외로 찬성과 격려를 들었다”며 "예전에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자신의 일이라기 보다는 조직을 위해서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벤처로 옮기고 나서는 아침 출근부터가 다르다. 사람들의 표정도 밝고 일에 대한 자신감과 동지의식이 큰 힘이 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근의 벤처 열풍에 대해 전략기획팀을 맡고 있는 안 팀장은 "특별한 기술력이나 매출도 없는 기업이 단지 ''미래가치''로 고평가 되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며 "기업이라면 반드시 영업이익을 내야 한다. 인터넷 비즈니스 거품론이 나오는 이때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수익모델로 인터넷 비즈니스의 전형을 만들겠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최근의 벤처 거품론은 투자자나 창업자 모두 인터넷 비즈니스의 본질을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이곳 테헤란 밸리만 해도 기술력에 바탕을 둔 기업이 3/4이다. 지금이 어려운 상황인 것만은 사실이지만 ''옥석 가리기''라면 지금이 적기이고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신생 벤처의 최전선에 선 두 전사의 자신감이다.

"신뢰를 주는 회사로 만들겠다”

▶정정민씨.인터넷 상에서 파노라마 기법의 멀티컨텐츠를 구현하는 우수컴(www.oosoo.com)의 정정민(28) 팀장은 4년 경력의 항공승무원 출신이다. 미국, 유럽, 호주, 일본 등 세계 각국을 누비고 다닌 정 팀장의 최종 기착지는 테헤란 밸리.

지난달 11일에 첫 출근 한 ''벤처 초년병'' 정 팀장의 업무는 마케팅과 홍보활동. 승무원시절에는 틈틈이 플룻이나 색스폰 연주를 즐길 정도로 시간이 충분했으나 벤처로 오고부터는 시장동향 파악, 프리젠테이션, 제휴사 방문, 상담, 제안서 작성 등 밀려드는 업무로 취미 생활은 엄두도 못낸다.

정 팀장은 편안한 일자리와 칼 퇴근이 보장된 안정적인 직장을 물리치고 벤처를 택한 이유를 "주어진 일보다는 새로운 일을 주도적으로 하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외모로써 보다는 실력을 통해 인정 받고 싶고 평생 일할 수 있는 분야 이기에 벤처를 선택했다. 항공사 승무원 시절 고객에게 신뢰를 줄 수 있었던 것처럼 깔끔한 인간관계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일반 기업에 입사했으면 아마도 제한된 일만을 했을 것이다. 안정적인 일상도 좋지만 그게 항상 그러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벤처기업에는 다양한 이력을 가진 사람들이 있기에 경직성을 피할 수 있고 업무가 힘든 반면 그만큼 얻는 것도 많은 곳이 벤처 기업이라고 생각한다”

정 팀장은 최근의 벤처열풍 때문에 ''벤처''가 하나의 상품으로 보여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하나의 흐름이고 과정이기에 도전하는 기업에게는 더 좋은 기회가 찾아 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

''벤처''에서 일한다기 보다는 ''직무''에 충실하고 싶다는 정 팀장의 야무진 도전이다.

"국내 최고의 물류 벤처 기업을 만들겠다”

▶최항석씨.T-밸리에서만 맛 볼 수 있는 햄버거 하나로 지난달 1일 ''벤처 메카''에 입성한 밸리 버거(www.valley-burger.com)의 최항석 사장(32). 패스트 푸드 형태의 식음료를 인터넷을 이용해 주문 받고 이를 20분 내에 배달해 주는 야간시간대의 햄버거 배송시스템이 그의 사업아이템 이다.

최 사장은 1년 전만 해도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는 동아건설의 리비아 대수로 공사 현장 한가운데 있었다. 건설 현장에 있는 직원들을 지원하는 일이 그의 업무. 군 생활보다도 더 힘든 곳이 ''리비아 현장''이라고 말하는 최 사장이 테헤란 밸리로 오게된 것은 물류전문 배송업체 이클라인을 운영하는 친형의 적극적인 권유 때문.

최 사장은 "전자상거래는 결국 오프라인과 연동되지 않으면 거의 불가능 하다고 본다”며 "특히 배송 시스템은 전자상거래의 핵심이다. 밸리 버거는 각 지역별 거점을 만들어 20분 배송을 실현시키고 우선적으로 자체 개발한 햄버거를 공급하지만 향후에는 안방에 생필품을 비롯 비디오, CD, 민간 우편배달까지 서비스하는 국내 최고의 물류 배달 회사로 키워 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 사장은 우선 삼성동 지역을 커버하는 1호점을 바탕으로 점차 선릉역, 역삼역, 강남역에도 밸리 버거 체인을 개설 테헤란 밸리 전 지역에서 20분 배송을 실현할 계획이다. 또 테헤란 밸리처럼 서울시 각 지역이나 지방 대도시를 ''거점''으로 하는 유통조합을 결성 국내 전역에서 20분 배달을 실현한다는 전략을 추진중이다.

취급 상품도 초기에는 햄버거, 샌드위치 등을 대상으로 하지만 향후에는 각종 식품, 음료수, 담배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제품을 공급하는 미니슈퍼도 운영할 예정이다.

대개의 T-밸리 벤처가 온라인을 개척한다면 최 사장은 누구보다도 빠르게 오프라인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이외에도 지금 T-밸리는 새로운 가능성과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청년들이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속속 모여들고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지금의 ''벤처 붕괴론''은 ''그들만의 이야기''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실력 있는자 실력으로 평가 받겠다는게 이들의 자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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