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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복 한두 잔에 설마 … ” 큰코다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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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지난해 추석 전남 완도에서 성묘를 가던 이모(52)씨의 차량이 도로 오른쪽 논에 처박히면서 전복됐다. 차례를 지낸 뒤 청주 석 잔을 마신 게 화근이었다. 이씨는 “청주 석 잔에 설마…” 하는 마음에 핸들을 잡았지만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51%였다. 다행히 이씨 가족들은 안전벨트를 매고 있어 화를 면했지만 이씨는 이마에 커다란 상처를 입었다.

 #같은 날 서울 북한산 입구에서는 김모(49)씨가 성묘길에 신호대기 중이던 앞차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김씨 역시 차례를 지낸 뒤 음복(飮福)으로 마신 술이 문제였다. 차례 후 청주 두 잔을 마셨지만 혈중 알코올 농도가 0.124%나 됐던 것이다. 이씨와 앞 차 운전자 등 어른 3명은 경상이었지만 어린이(9) 한 명은 목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추석 당일 교통사고로 지난해 1151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차례나 성묘 후 가볍게 마신 음복주가 교통사고의 원인인 경우가 많았다. 교통안전공단이 최근 4년간 추석 연휴 동안의 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다. 추석 연휴 첫날에는 교통사고 사상자 수가 986명, 마지막 날은 870명 정도 됐다. 교통안전공단 정일영 이사장은 7일 “성묘나 차례를 지낸 후 음복으로 마시는 술도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며 “특히 추석 때는 한 차에 온 가족이 함께 움직이다보니 사상자가 많다”고 말했다.

 추석 연휴 기간에는 평상시보다 사상자가 많은 게 특징이다. 최근 4년간 추석 연휴 동안 교통사고는 하루 평균 515건으로 평상시(610건)보다 적었다. 그런데 사상자 수는 추석 연휴 동안 하루 평균 1008명이 발생해 평상시 967명보다 많았다.

 추석 연휴에는 또 승용차 사고가 많다. 전체 교통사고에서 차지하는 승용차 사고의 비중이 평상시(67%)보다 추석(76.4%) 때가 월등히 높다. 이는 귀성객 대부분이 승용차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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