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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성수기라고? 비수기보다 못한 9~11월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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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한기자] 부동산 시장에선 9월부터 11월초까지 ‘가을 성수기’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 여름 비수기 잠잠했던 시장이 9월이 되면서 활기를 띤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때 새 아파트 분양도 많아지고 거래도 늘어난다. 활동하기 좋은 계절이라 이사를 하는 사람들도 많고 인테리어업체 등 관련 업계도 성수기를 맞는다.

가을 성수기가 되면 정말로 시장이 살아날까. 국내외 경기 상황 등 다른 요건을 제외하고 9월부터 11월까지 계절적 요인만 따졌을 경우 가을 성수기라고 특별히 활기를 띠는 것은 아닌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관련 지표를 보면 9~11월이라고 특별히 거래량이 늘었거나 시세가 뛰진 않았다.

일단 가을이라고 거래량이 특별히 늘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온나라부동산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전국 거래량은 5만6848건으로 8월 5만7492건보다 오히려 소폭 줄었다. 10월엔 7만2629건으로 늘어나긴 했지만 역시 3월(7만9549건)이나 4월(7만2983건) 보다 거래량이 작다.

2009년의 상황도 비슷하다. 9월, 10월 거래량이 각각 9만490건, 8만7329건으로 많은 듯하지만 비수기인 7월(9만643건)이나 8월(8만922건) 수준에 불과하다.

10월~11월 집값 상승률 평균 이하

시세 변동은 9월을 제외하고 오히려 평균 이하다. 국민은행이 1986년부터 25년간 월 평균 시세 변동률을 조사한데 따르면 9월은 0.6%, 10월은 0.2%, 11월은 0% 움직였다.

9월 시세 상승폭은 2월(0.7%)이나 3월(0.6%) 수준으로 높은 편이지만 10월 변동률은 비수기인 1월(0.3%)이나 8월(0.4%) 보다도 오히려 낮다. 11월엔 집값이 움직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가을 성수기는 전세 등 이사가 많고 새 아파트 분양 물량이 상대적으로 늘어난데 따른 것이지 실제로 부동산 시장이 더 활발해 진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한다. 가을은 분양 성수기, 이사철이라고 할 수는 있지만 시장 성수기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유앤알컨설팅 박상언 사장은 “무더위가 풀리는 가을이 되면 건설사들이 대거 분양물량을 쏟아내고 이사가 많아지면서 가전, 인테리어 등 관련 업계가 활기를 띠는데 따라 가을 성수기란 표현이 나온 것”이라며 “실제로 가을에 시세가 상승했거나 거래라 늘어났다는 증거는 없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가계대출 지표, 국내외 경기 동향, 주택수급 상황 등 상황은 변하지 않았는데 추석이후 거래가 늘어나고 시세가 뛸 것이라는 것은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막연한 전망”이라고 잘라 말했다.

“계절적 영향 점점 더 약해져”

요즘 시장은 계절적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경향이 강하다. 예컨대 방학을 이용해 집을 마련하는 학군수요에 따라 오히려 비수기에 해당하는 7~8월에 거래량이 늘어나고 시세가 뛰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8월이 9월보다 거래량이 더 많은 것은 이렇게 미리 움직이는 학군수요의 영향 때문이다.

국내외 경기의 영향도 있다. 2008년 9월 금융위기가 오면서 가을 부동산 시장은 여름보다 더 침체됐다. 7월 8만3977건 거래되고 전달보다 0.4% 올랐던 집값은 8월 6만3395건으로 거래량이 줄면서 변동률 0.2%로 축소됐다. 그리고 미국발 금융위기로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면서 9월(6만1381건) 거래량이 줄며 시세(0.2%)가 주춤하더니 10월엔 6만7943건 거래되며 집값은 오히려 0.1% 하락했다.

EH경매연구소 강은현 소장은 “국내외 경기 영향이 커지고 집값 전망이 좋지 않아 매매시장에서 계절적 영향은 점점 더 약해지는 추세”라면서 “지역별, 매물별 시장 상황을 각각 판단해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게 현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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