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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꿈이’가 자랑스런 안내견이 되는 그날까지, 파이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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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 12일

“이름은 큰꿈이에요.” 우리 집에 새 식구가 생겼다. 퍼피워킹 자원봉사를 신청한 지 한 달만이다. 막상 큰꿈이가 우리집에 오니 두려움 반 설렘 반이다. 앞으로 1년 동안 함께 하면서 사람을 잘 따르고 차분하게 시각장애인 분을 도와드릴 숙녀로 키워야겠다.

2011년 8월 26일

“신체검사 결과 아무 이상이 없어서 훈련소에 입소해도 될 것 같아요.” 큰꿈이의 입소 날짜가 정해졌다. 9월 24일. 헤어질 걸 알고 신청한 봉사지만, 그래도 정이 들어 아쉬운 마음을 숨길 수 없다. 하지만 큰꿈이가 학교의 훈련을 잘 마친 뒤 시각장애인분과 동행할 생각을 하니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진다.

4일 경기도 분당 율동공원에서 이지웅씨 가족이 큰꿈이와 횡단보도 건너는 연습을 하고 있다. [김진원 기자]

4일 오전 11시 경기도 분당의 율동공원. 큰꿈이의 산책 훈련을 시키고 있는 이지웅(37)씨 가족을 만났다. 이씨는 어느날 문득, 회사생활에만 치여 있는 자신을 돌아보며 자원봉사를 하기로 결심을 했단다.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도 다른 사람들을 도울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어요. 퍼피워킹이야말로 ‘딱이다’ 싶었죠. 가족 모두 개를 좋아하거든요.” 그렇게 퍼피워킹 봉사활동을 시작한 게 거의 1년 전이다.

‘퍼피워커’라고 불리는 이씨 가정은 안내견 후보를 위탁받아 1년간 키워주는 자원봉사자다. “저보다는 집에 있는 아내가 정말 수고 많았죠”하고 이씨가 운을 떼자, 아내 나희영(35)씨는 “처음 왔을 때는 한동안 잠도 못 잤어요”라며 웃었다.

퍼피워킹은 단순히 강아지를 예뻐해 주는 것만이 아니라 배변훈련, 식사훈련, 대중교통 이용훈련 등 다양한 교육을 함께 해야 한다. 이씨 가족 중에선 딸 율리(10·장안초 4)가 큰꿈이에게 가장 무서운 사감 선생님이다. “덩치는 큰꿈이가 더 클지도 몰라요. 그래도 잘못을 하면 제일 먼저 지적해 준다니까요.”

“MBC TV의 ‘무한도전’에서 정재형씨가 퍼피워킹하는 ‘축복이’와 함께 출연하셨잖아요. 그 후론 많은 분들이 퍼피워킹에 대해 이해해주시는 것 같아요.” 이씨는 그런 관심이 반갑기도 하지만 훈련과정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특히 워킹훈련 중에는 큰꿈이가 다른 사람들에게 반응을 보이지 않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씨는 “길 가던 분이 예쁘다고 막 쓰다듬거나 해주실 때 큰꿈이가 반응을 하면 저희는 오히려 큰꿈이를 혼내야 해요. 정말 안내견을 사랑하신다면 눈으로만 응원해 주세요”라고 부탁했다.

큰꿈이가 안내견이 되지 못하면 어떻겠냐는 질문에 이씨는 “안내견 시험에 붙든 안 붙든 그건 제게 더 이상 중요한 문제가 아니에요”라며 큰꿈이를 쓰다듬었다. “큰꿈이와 우리 가족이 같이 노력하는 지금이 진심으로 봉사하는 우리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글=이예지 행복동행 기자
사진=김진원 기자

◆‘퍼피워킹(Puppy Walking)’

안내견 후보로 선발된 강아지들이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상황에 맞는 바람직한 행동을 배우는 사회화 훈련 과정. 자원봉사를 신청한 일반가정에 생후 7주쯤 된 강아지들을 위탁해 1년 간 지내며 퍼피워킹을 하도록 한다. 이러한 가정을 ‘퍼피워커’라고 한다.

◆퍼피워커가 되려면

1. 모든 가족원이 적극적으로 협조할 수 있어야 한다.

2. 지속적으로 강아지를 돌볼 성인이 1인 이상 있어야 한다.

3. 실내사육이 가능한 거주지여야 한다.

4. 취학 전 아동과 다른 애완견이 있는 경우는 봉사활동을 제한한다.

◆신청방법

삼성 마이독 홈페이지 (www.dog.samsung.com)의 안내견 자원봉사 코너로 신청하면 면접과 상담을 거쳐 퍼피워커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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